과도한 스크린 노출, 아이 언어·정서 발달에 영향
전문가, “(디지털) 기기 무조건 차단보다도 사용 규칙·부모와의 오프라인 시간 중요”
“아이가 이제 5살인데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에요. 밥 먹을 때나 외출할 때도 계속 보여달라고 하고, 안 보여주면 짜증을 내거나 울기까지 해요.” 지난 2월 한 맘카페에 올라온 고민 글이다. A씨는 예전에는 블록놀이와 역할놀이를 즐기던 아이가 이제는 스마트폰만 찾고 집중력도 떨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식당과 카페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사실상 ‘육아 도구’로 자리 잡은 가운데, 과도한 미디어 노출은 아동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기의 과도한 스크린 노출이 언어·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가정 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만 3∼9세 미디어 이용 하루 평균 3시간…WHO 권고치 크게 웃돌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3년 발간한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3~9세 어린이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약 3시간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만 2~4세 유아의 하루 스크린 이용 권고 시간인 1시간 이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영유아기의 과도한 미디어 노출이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 ‘BMC Public Health’에 발표된 덴마크 연구에서는 만 2~3세 아동 3만여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1시간 이상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아이일수록 언어 이해력과 표현 언어 능력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할 때 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유아기에 디지털에 과의존하면 언어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실제로 최근 함구증 사례도 늘고 있다”며 “주의력과 집중력이 짧아지면서 ADHD 증가에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육아가 힘들다는 이유로 어린 나이부터 영상을 과도하게 보여줄 경우 이후 더 큰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집에서는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아이 앞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성·정서 발달에도 영향”…충동 조절 문제도 우려
어린 나이의 스크린 노출이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스위스 연구에 따르면, 생후 6~18개월 영아가 스크린에 노출될수록 타인과 관심을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행동 능력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스크린 노출이 많은 영아일수록 실험자와 시선을 주고받는 행동 등 ‘공동 주의(joint attention)’ 신호가 적게 나타났다. 공동 주의는 아이가 타인과 시선을 교환하며 같은 대상에 관심을 공유하는 행동이다. 연구진은 화면에 이른 시기부터 노출될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스크린 사용이 타인과의 상호작용 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과의존은 전두엽 기능과 연관된 충동 조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내심이 약해지고 공격성이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유아기의 정서 조절 문제는 성장 이후 바로잡기 쉽지 않다”며 “만 3세 전후는 애착 형성에도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부모가 아이와 직접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 “디지털 기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의 관점 전환 필요”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기기 자체를 무조건 차단하는 접근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 발전 속에서 스마트 기기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이용 자체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논의를 통해 연령별 적절한 이용 시간과 사용 방식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소장도 “부모가 일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빼앗기보다 사용 규칙을 함께 정하고 아이와 오프라인 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술 발전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부모가 먼저 디지털 리터러시를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제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디어 이용 목적에 따라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2023년 발표된 ‘유아기 및 학령 초기 미디어 노출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 미디어 이용 목적에 따른 차이’ 연구에 따르면, 만 8세 시기의 ‘교육용’ 미디어 노출은 학업 성취와 학교 적응, 컴퓨터 활용 능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시기의 ‘오락용’ 미디어 노출은 이후 학업 성취와 학교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중독적 미디어 이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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