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분들은 서울에서 집을 못 구하면 시골에서 살면 안 되나요?”
주거 취약 계층인 독거노인은 보증금이 있어도 사회적인 편견 탓에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사라진 전세, 주거의 자격’ 시리즈 기사<세계일보 5일자 1·2면>에 5일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전세난이 심한 서울을 벗어나는 걸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파악한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한 주거복지사는 2024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살던 독거노인에게 같은 구 홍은동으로 이사할 것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노인이 얼마 뒤 길에서 생사를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치매환자인 노인이 집을 못 찾고 길에서 돌아가신 것”이라고 복지사는 전했다. 요양사 도움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객사한 노인을 2명이나 본 후 복지사는 고령자를 먼 거리로 이주시키는 걸 극도로 조심했다고 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도 “과거 실버타운에 방문했는데, 경도 치매인 노인은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서 그런 것”이라며 “노인은 익숙한 곳을 떠날 때 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해진다는 점도 노인들이 서울을 떠나기 힘든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집을 구하지 못해 여름만 되면 ‘찜통’이 되는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김모(65)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택시를 타고 20여분 거리의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는다. 김씨는 “택시비가 부담돼 더 먼 거리에 거주할 수 없다”며 바로 옆 은평구 이주도 원하지 않았다. ‘원하는 집이 있느냐’는 물음에 “방 한 칸, 주방, 화장실만 있으면 된다”던 이모(67)씨도 “지역만큼은 원래 계속 살던 서울 관악구 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거노인에게는 단순히 비 피하고 몸 뉘일 공간을 제공하는 집보다 자신을 돌봐줄 사람, 다니던 병원, 익숙한 동네가 더 중요했다. 노인을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이주시키려면, 집 안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살피고 새 지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복지 서비스가 연계돼야 한다. 병원 등 필수 인프라 부족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시골의 빈집이 노인을 위한 주거 대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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