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110만명 시대, 말이 통하지 않는 현장을 방치하는 것은 사고와 비용을 동시에 키우는 일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농어업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인력은 이미 대체 불가능한 핵심 노동력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업종에서는 이들 없이 정상적인 생산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력은 더 이상 보조 인력이 아니라 산업 유지의 전제 조건이 되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관리 체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비효율과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대상 폭력 사건 역시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개별 사건으로 치부하기보다 제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언어다. 작업 지시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거나 안전 수칙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생산성 저하로 직결된다. 동일한 작업에서도 재작업과 지연이 반복되며 효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전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은 확보되기 어렵다. 결국 언어는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며, 관리 대상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다.
현재의 교육 체계는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입국 직후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건강검진과 행정 절차가 병행되는 일정 속에서 진행되며,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행 지연 등 변수까지 고려하면 교육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어와 직장 문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는 사고 위험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는 분명한 비용 문제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접 손실뿐 아니라 생산 차질, 관리 비용 증가, 평판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력 교체 비용과 교육 비용까지 고려하면 언어 문제는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와 문화의 역량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불법체류자 문제 역시 단속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송출국과의 협력 강화, 인력 배정 구조 조정, 사전 교육 강화 등 예방 중심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인력 관리 없이는 산업 전반의 효율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외국인 인력 정책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으로 다뤄져야 한다.
과거 한국이 해외 노동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졌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외국인 노동 정책은 단순한 인력 관리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이미지에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한국의 작업 방식과 안전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은 단순한 적응 문제가 아니라 사고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다.
외국인 인력 110만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다.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질적 관리다.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언어와 문화’다. 말이 통하지 않고 현장의 작업 문화가 공유되지 않는 환경에서 효율과 안전을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외국인 노동 정책은 이제 ‘언어와 문화’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부터 다시 설계돼야 한다.
전원균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 근로자취업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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