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 헐버트 박사 영문 번역본도
고종 황제가 일제의 국권 침탈을 막기 위해 을사늑약 체결 한 달 전 미국에 도움을 청했던 친서가 121년 만에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회도서관에서 1905년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보낸 친서 원본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루스벨트 문서’ 함에 있던 문서는 을사늑약 체결 한 달 전인 1905년 10월16일 작성됐다. 친서에는 일본의 대한제국 보호조약 강요를 ‘신의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제1조(거중조정)에 근거해 미국이 일본의 압박을 저지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친서는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무늬가 새겨진 용지 2장으로 되어 있고, 정식 외교문서임을 보여주는 고종 황제 어새가 찍혀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 친서는 헐버트 박사의 회고록 등을 통해 내용만 간접적으로 알려졌을 뿐 원본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친서는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를 통해 비밀리에 전달됐다. 헐버트 박사가 일본의 감시를 피해 외교행낭을 이용해 문서를 워싱턴으로 보낸 후, 백악관과 국무부의 면담 거절에도 복도에 대기하다가 을사늑약 체결 직후인 11월25일에야 국무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발굴에서는 헐버트 박사가 쓴 6장의 영문 번역본도 함께 발견됐다. 해당 번역본은 헐버트 박사가 워싱턴 도착 후 호텔 방에서 노트 용지에 급히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진 기념사업회 회장은 “고종이 헐버트를 비밀 특사로 보내 주권 수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우리 외교사의 중요한 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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