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졌는데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는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부모는 벤치에 앉아 사진을 넘긴다. “이제 가자”는 말은 한 번 더 뒤로 밀린다.
5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국내여행 경험률은 95.4%, 연간 여행 횟수는 2억9180만회, 여행일수는 4억4850만일로 집계됐다.
여행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 소비로 자리 잡으면서, 한 번 나서면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어린이날 황금연휴,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현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풍경이 반복됐다. 낮에 놀이기구를 타고 돌아가던 방식이 아니라, 밤까지 머무는 ‘체류형 나들이’가 뚜렷하게 늘어난 것이다.
레고랜드는 이번 어린이날 연휴 동안 개장 4주년과 닌자고 시리즈 15주년을 맞아 야간 개장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운영 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늘어났다. 해가 진 뒤에는 의암호 주변 야경과 레고 LED 조명이 더해지며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저녁 시간대 진행된 불꽃놀이는 방문객의 귀가 시간을 자연스럽게 늦추는 역할을 했다.
핵심은 ‘무엇을 더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였다. 낮에는 놀이기구, 저녁에는 공연과 야경, 밤에는 불꽃놀이로 이어지는 구조가 하루 체류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레고랜드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울랜드는 공연·체험·불꽃놀이를 결합한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롯데월드타워·몰 역시 전시와 참여형 이벤트를 앞세워 방문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가정의달 나들이의 또 다른 특징은 ‘짧고 빠른 소비’에서 ‘길고 깊은 소비’로의 이동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어린이날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을 26만7000명으로 예상했다. 국내선 항공편 평균 탑승률 전망도 94.4%에 달했다. 한정된 일정 안에서 더 많은 경험을 담으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수치다.
결국 경쟁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방문객 수 자체보다, 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아이에게는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축제가 되고, 부모에게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행의 밀도를 채울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루 방문객 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한 명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가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야간 개장, 참여형 콘텐츠, 불꽃놀이를 묶는 이유도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부모가 소비하는 시간과 지출이 함께 늘어난다”며 “이제는 놀이기구 경쟁보다 ‘하루를 어떻게 채워주느냐’가 테마파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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