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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계통 손상 자력운항 못 해… 예인선 확보·조사 장기화 예상 [호르무즈 한국 선박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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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신진영 기자, 세종·부산=현상철·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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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대응 첩첩산중

‘HMM 나무호’ 기관실에서 화재
4시간 만에 진화… 24명 모두 무사
‘두 달 봉쇄’ 긴장 속 불안감 확산
선체 파공·침수 등 피해는 없어
예인선 물색… 두바이行 수일 예상
선원노조연맹 “선원 안전 최우선”

한국시간으로 지난 4일 오후 8시40분,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정박 중이던 HMM 벌크선 ‘나무(NAMU·파나마 국적)호에서 ‘쿵’ 하는 충격음이 선체를 뒤흔들었다. 소리가 난 기관실 좌현에선 연기가 피어오르며 불길이 치솟았다. 선원들은 곧바로 HMM과 해양수산부 상황실에 보고했고, 기관실 화재 진압 장비를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당시 현장 선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선원들은 고정식 소화설비로 기관실에 이산화탄소(CO₂)를 방출하며 산소를 밀어냈다. 순식간에 퍼진 이산화탄소 덕분에 불길은 억제됐지만 완전히 진압하는 데 4시간가량 소요됐다.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 기관실은 사람이 진입할 수 없는 상태여서 선원들은 CCTV 화면으로 상황을 파악하며 대응했다. 불길이 잡힌 뒤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지 두 달이 넘고 해협을 둘러싼 미국·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발생한 폭발음과 화재는 선원들의 불안감에 불을 붙였다.

정부, 긴급 대책회의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르무즈해협 선박 화재·폭발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날 “탑승 중이던 우리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전체 선원 24명 모두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제공·뉴스1
정부, 긴급 대책회의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르무즈해협 선박 화재·폭발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날 “탑승 중이던 우리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전체 선원 24명 모두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제공·뉴스1

이튿날 HMM 선박 종합상황실이 자리한 부산 중구 HMM 오션서비스 사무실에도 온종일 긴장감이 팽배했다. 오션서비스는 HMM 선박 운항, 선원, 안전관리 등을 하는 HMM 자회사로 전 세계 선박 운항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선박종합상황실이 있다. 보안이 한층 강화된 건물 내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복도를 오가며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나무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인근 수역에 대기하며 두바이항으로 끌고 갈 예인선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선체 파공이나 침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관계통 손상이 심각해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해졌다. 예인 작업만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여 두바이항 도착 후 이뤄질 조사까지 마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재 예인선을 수배하고 있다”며 “인근 조선소 도크에 선박을 올린 뒤 파손 부분을 확인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황을 봐서 현지에서 수리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고 선박 위치 호르무즈해협 내에 정박 중인 한국 해운사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의 위치. 나무호는 4일(현지시간)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날 오전 완전히 진압됐고 한국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선원 24명 전원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십파인더 제공
사고 선박 위치 호르무즈해협 내에 정박 중인 한국 해운사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의 위치. 나무호는 4일(현지시간)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날 오전 완전히 진압됐고 한국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선원 24명 전원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십파인더 제공

이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을 포함해 24명이 타고 있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HMM 관계자는 “선원들이 하선을 결정하면 즉시 내릴 수 있는 여건이지만, 화재 진압이 완료됐고 추가적인 위험 요인이 없어 선박에 머물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 발전기가 가동되고 당초 장기간 정박을 예상했었던 만큼 일정 식량과 식수를 확보하고 있어 선내 생활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한다. 나무호가 두바이항으로 옮겨지면 한국 국적 선원 6명은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호를 제외한 다른 선박들은 사고 발생 인근 해역을 벗어나 해협 안쪽으로 이동한 상태다. HMM 선박 5척을 포함해 현재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있는 한국 관련 선박은 26척으로, 승선 중인 한국인 선원은 123명이다. 외국 국적 선박에 있는 37명을 포함하면 이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은 모두 160명이다.

 

정부와 HMM은 이란의 피격 첩보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공교롭게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의 호위하에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민간 선박들을 탈출시키는 ‘해방 프로젝트’ 작전을 시행한 첫날, 나무호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HMM 측은 “현지 선원들도 정확한 폭발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외부 공격에 따른 폭발인지 선박 내부 문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런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라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파손 부분을 확인하며 원인을 살펴야 하는데 언제 확인될지 정확한 시기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HMM 나무호 선원들의 안전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촉구했다. 선원노련은 성명을 내고 “두 달 넘게 긴장 속에서 항해를 이어온 선원들은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언제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불안을 견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총동원해 선원의 안전 확보와 신속한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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