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군사 넘어 경제·기술로… 한·미,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 새 지평 연다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관련이슈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 세계뉴스룸

입력 : 수정 :
박수찬·김태욱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韓·美동맹 70년, 동맹 현대화와 청사진

美, 韓에 대북 억제 일차적 책임 강조
韓 자강력 강화… 전작권 환수 가속도
일방향·시혜적 동맹서 수평적 관계로
동맹 과도한 확장 韓에 군사적 딜레마

첨단산업 경쟁력 국가 안보 직결 시대
‘경제·기술’ 분야가 동맹의 핵심축으로
美 ‘칩4’ 구상 등 공급망·기술 협력 강화
반도체·AI 등 통합적 안보 체계로 진화

양국 협력 관계 정치적 환경 등에 취약
상설 조정 기구 구축 등 제도화 필요성
대미투자펀드 활용해 실익 확보하고
핵잠·조선 협력 등 美에 적극 요구해야

“군사비 증액뿐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한반도 인근에서 우리 자체적으로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일 미국 연방상원 의원단에게 전했던 이 발언은 70여년 동안 이어졌던 한·미 동맹이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오랜 기간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되어왔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과 글로벌 정세 변화에 따라 한반도 군사 분야에 국한됐던 한·미 동맹은 경제·글로벌 이슈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전환과 동맹 현대화를 촉진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동맹이 더욱 긴밀해질 수도 있지만, 동맹의 과도한 확장은 한국에 새로운 딜레마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한국군 K1E1 전차가 한·미 공병대가 설치한 부교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 K1E1 전차가 한·미 공병대가 설치한 부교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환경 변화가 군사동맹 체제 전환 이끌어

한·미 동맹의 제도적 근거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냉전 시절 동맹 체제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경제·군사적 역량이 절정에 달해있던 초강대국 미국이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약소국인 한국을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일방향·시혜적 동맹’이었다. 적용 범위도 대부분 한반도에 국한됐다.

하지만 남북 군사적 역량 강화와 미국의 전략 변화 등에 따라 한·미 동맹을 보다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동맹 현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군의 역할 확대는 핵심적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동맹의 안보 부담 증대를 강조하고 있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유럽, 중동, 한반도에서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맡도록 하는 유인을 강화하는 것을 우선시하되, 미군은 핵심적이지만 제한적인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향해선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도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전환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차관은 지난 3월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 1월 말 차관 취임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점을 언급하며 “그들(한국)이 북한에 대한 주요 재래식 책임을 맡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군이 꾸준히 군사력 증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를 진행해왔으므로, 한반도 안보를 한국이 주도할 역량을 갖췄다는 인식에 기반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맹의 딜레마’ 발생 위험도

한·미가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는 한국이 자강력을 강화해 전작권을 조기 전환, 북한 위협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의 전환을 모색할 기회다. 이를 통해 70여년을 이어온 한·미 동맹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동맹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범위를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확장은 새로운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미 동맹 근간인 군사 분야에선 동맹의 과도한 확장이 가장 직접적인 형태의 리스크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한국군은 북한군을 주적으로 삼고 있다. 모든 군사 전략·작전·전력은 북한군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동맹 현대화’를 명분으로 한·미 동맹의 범위가 확대되면, 한국군은 북한 위협 대응에 이어 또 다른 군사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이란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 등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현실화된 부담으로 들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처럼 한반도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분쟁지역까지 지속적으로 파병이 이뤄지면,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군 지휘통제구조는 더 많은 부담이 누적된다. 한국에 파병을 요구하는 대신 주한미군 전력을 한반도 밖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앞서 중동으로 방공전력을 일시 전개한 전례가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미·일을 겨냥할 때, 한국군의 대응 문제도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 역량 강화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시나리오는 한층 복잡해졌고, 적용 범위도 한반도 인근 지역과 미국 본토까지 확장됐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엔 북한이 위협을 가할 수 없었던 괌, 오키나와, 일본 및 미 본토의 미군기지도 이젠 북한이 공격할 역량을 갖췄다.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전개와 관련이 있는 한반도 역외 미군 기지를 보호하려면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탐지·추적·요격 과정에서 한국군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경제안보로 동맹 범위 확장

미국의 전략 우선순위 변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한·미 동맹은 군사 분야에 더해서 경제안보와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 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공급망·기술·투자를 포괄하는 통합적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군사력만으로는 국가 안보를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첨단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통제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이전부터 동맹을 기반으로 공급망과 첨단 기술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해 한국·미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칩4’ 구상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기술 표준과 수출통제, 공급망 안정성까지 포괄하는 동맹 기반 산업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미 국무부 경제분석국의 에너지·경제안보 분석가 진 초이는 지난달 8일 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26’에서 “과거 동맹이 군사 안보 중심이었다면 현재 경쟁은 반도체 공장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AI 기술 표준 등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초이는 이어 “에너지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필수적이며, 동맹 기반 협력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같은 행사에서 기술과 공급망, 산업정책이 동맹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맹의 무게중심이 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반도체 분야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공동 투자, 기술 보호, 공급망 위기 대응을 포함하는 경제안보 동맹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는 더 이상 전자제품 부품이 아니라 경제안보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안보 강화를 둘러싼 움직임은 안보 중심 동맹 구조를 경제 등의 요소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정책 기조를 더욱 뚜렷하게 한다. 한·미 동맹도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경제·기술 등의 분야를 동맹의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AI 등 디지털 혁명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 한국은 병목기술과 AI, 양자컴퓨터 칩 개발 등 핵심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제안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한미군 팔라딘 자주포가 한·미 연합 포병훈련에 참가,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한미군 팔라딘 자주포가 한·미 연합 포병훈련에 참가,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동맹 구조에 실익 확보 전략 필수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미 스팀슨센터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미 양국이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 정책적 정합성을 보이고 있으나, 협의 수준을 넘어 실제 공동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 제도 틀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스팀슨센터는 양국 간 기존 협력이 비구속적 양해각서(MOU)와 임시적 협력에 머물러 있어 정치적 환경 변화와 통상 압력 등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급망 안정, 수출통제, 기술 표준, 산업 정책을 포괄하는 상설 조정 기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공동 연구개발(R&D)과 투자 연계, 신뢰 가능한 공급망 구축, 이중용도 기술 협력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제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실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3500억달러 대미투자펀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에 대한 요구는 더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며 핵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미 투자 협력은 정치 변수보다 실무 구조가 좌우한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요구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피니언

포토

예정화 청청패션…남편 마동석 '좋아요'
  • 예정화 청청패션…남편 마동석 '좋아요'
  • [포토] 김태리 '완벽한 미모'
  • 김연아 이젠 단발 여왕…분위기 확 달라졌네
  • 이주빈 '청순 대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