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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설가 한승원 “파킨슨 투병…한때 안락사 고민, 이제는 더 살며 좋아하는 글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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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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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킨슨 투병 중이다” 공개
“안락사까지 생각했다…다시 붙잡은 삶”
욕심을 내려놓은 ‘비움의 철학’ 피력
“작품을 계속 쓰고 싶다”는 강한 의지
“제가 불행하게도 파킨슨 진단을 받았어요. 초기에는 우울증이 심해서 안락사하려고 가족에게 스위스 보내달라고까지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열심히 재활 치료하고 있어요. 건강을 회복해 좋은 작품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달 28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그의 작업실인 ‘해산토굴’에서 만난 원로 소설가 한승원(87)은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병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파킨슨병과 싸우며 초기에 힘들었지만, 다시 삶의 의지를 다잡아 투병 중에도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부친인 그가 딸의 수상(2024년 10월) 이후 그의 투병생활 등 근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승원은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며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라며 ”재작년부터 하체에 힘이 없어지고 균형 감각이 흐트러졌다. 어지러워 평평한 땅이 출렁다리를 건너듯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삶의 의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렇게 살아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에게 스위스 보내달라고 했다. 안락사 비용도 알아봤다. 그런데 가족 누가 동의를 해주겠나”라고 했다.

 

극단의 생각마저 했던 그를 다시 붙잡은 것은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문득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건강하게 좀 더 사는 게 저를 좋아하고 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도리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재활치료 중심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전 식전에 한 30분 재활치료를 하고 오후에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1시간 30분가량 산책과 근력운동을 병행한다.

그는 “결국 이병은 운동에 달려있다. 제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남은 생을 앉아서 지낼지, 다시 걸을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며 “그래서 더 치열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병을 겪으며 삶에 대한 통찰도 깊어졌다. 그는 “나이 들어가고 있는데 젊었을 때처럼 한없이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한다”며 불교 경전 ‘백유경(百喩經)’의 한 우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소년이 ‘부처는 누구냐’고 묻자 스님이 ‘맨발로 뛰쳐나오는 사람’이라 답했다. 소년이 여러 곳을 찾았더니 아무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맞이하지 않았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맨발로 뛰쳐나와 그를 맞이했다. 소년은 깨닫는다 ‘아, 어머니가 곧 부처구나.’ 욕심을 내려놓고 사랑으로 반응하는 존재, 그게 부처다.”

 

그는 장흥 시내를 흐르는 탐진강의 이름을 언급하며 발음이 같은 ‘탐진치(貪瞋痴)’도 함께 이야기했다. 불교용어인 탐진치는 삼독(三毒)’ 즉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 고통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20여분간 근황과 덕담을 전한 그는 재활치료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시집 ‘꽃에 씌어 산다’를 언급하며 “꽃에 씌어 살면 그것이 행운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라”며 요양보호사의 손을 잡고 재활운동을 위해 해산토굴을 나섰다.

소설가 한승원이 지난달 28일 해산토굴에서 “제가 불행하게도 파킨슨 진단을 받았다. 초기에는 우울증이 심해서 안락사하려고 보내달라고까지 했으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열심히 재활 치료해 좋은 작품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흥=박태해 선임기자
소설가 한승원이 지난달 28일 해산토굴에서 “제가 불행하게도 파킨슨 진단을 받았다. 초기에는 우울증이 심해서 안락사하려고 보내달라고까지 했으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열심히 재활 치료해 좋은 작품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흥=박태해 선임기자   

주변에 따르면 그는 투병 와중에도 매일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2008년)에서 “글쓰기에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가 스스로 “좋아하는 글을 계속 쓰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재활운동을 한다”고 말한다.  

 

절친한 친구인 김기홍 전 장흥문화원장은 “한승원 한강 부녀 덕에 ‘노벨문학상 도시’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돼 군민들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며 “한 작가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작품활동을 해주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1968년 단편 ‘목선’으로 등단한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다산’, ‘원효’ 등 다수의 장편과 시집, 창작론을 포함해 10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1996년 고향 장흥으로 내려온 후 30년 가까이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파킨슨병과 싸우는 와중에도 집필을 거두지 않는 그의 모습은, 끝내 글로 삶을 증명해내는 집요한 의지이자 단단한 존엄의 표정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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