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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0만원 가까이 든다…6살부터 시작된 ‘7세 고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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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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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영어학원 562곳→840곳…5년 새 49.5% 늘었다
월평균 교습비 123만9000원…추가비 더해지면 부담↑
레벨테스트 금지 앞두고도 “멈추면 뒤처질까” 불안 커져

놀이터가 붐빌 시간, 6살 아이가 책상 앞에 앉는다. 손에는 색연필이 아닌, 알파벳 단어장이 들려 있다.

 

유아 영어학원 확대 속에 ‘4세 고시’와 ‘7세 고시’라는 말까지 일상에 들어왔다. 레벨테스트 금지 법안이 통과됐지만 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게티이미지
유아 영어학원 확대 속에 ‘4세 고시’와 ‘7세 고시’라는 말까지 일상에 들어왔다. 레벨테스트 금지 법안이 통과됐지만 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게티이미지

부모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그래도 남들만큼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매달 돌아오는 학원비 결제일 앞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은 저출생 흐름과 반대로 커졌다.

 

5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유아 영어 프로그램 운영 학원 기준)은 84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562곳에서 5년 만에 278곳 늘어난 수준으로, 증가율은 약 49.5%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아이 수 감소와 별개로 몸집을 키운 셈이다.

 

원생 수도 적지 않다. 2023년 3월 말 기준 유아 대상 영어학원 원생은 4만1486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은 1만7193명, 경기는 1만756명이다. 두 지역만 합쳐도 전체의 67.3%를 차지한다.

 

수도권 학군지를 중심으로 유아 영어 사교육이 이미 하나의 진입 경로처럼 굳어졌다는 뜻이다.

 

부담은 비용에서 바로 드러난다. 같은 자료에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123만9000원이었다. 2021년 107만원, 2022년 115만4000원에서 해마다 올랐다.

 

문제는 이 금액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평균 교습비에는 재료비, 급식비, 차량비, 피복비, 모의고사비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학부모가 통장에서 확인하는 금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학군지에서는 체감 부담이 월 150만~200만원 가까이 올라간다. 전국 평균이 200만원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교습비에 급식비와 차량비, 교재비, 입학 관련 비용까지 더하면 가계 입장에서는 ‘한 달 고정비’가 된다.

 

아이 1명의 유아 영어학원비가 직장인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7세 고시…놀기 전 먼저 ‘평가받는’ 아이들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은 ‘4세 고시’, 초등 유명 영어학원으로 넘어가기 위한 레벨테스트는 ‘7세 고시’로 불렸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이 시험과 반 배정의 문턱 앞에 서는 구조다. 부모 입장에서도 선택은 쉽지 않다.

 

아이가 힘들어 보여도 멈추기 어렵다. 주변 아이들이 이미 영어책을 읽고, 레벨테스트를 준비하며, 유명 학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 쉬게 하면 초등학교 가서 뒤처지는 것 아닐까.” 이 질문이 한 번 들어오면 교육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다. 불안을 덜기 위한 비용이 된다.

 

유아 영어 사교육이 빠르게 커진 배경에는 영어 실력 자체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부모의 공포가 더 크게 자리한다. 남들이 먼저 시작했다는 말, 어느 학원 레벨을 통과했다는 말, 초등 입학 전 어느 정도 읽어야 한다는 말이 부모의 판단을 흔든다.

 

아이의 속도보다 주변의 속도가 먼저 보이는 순간, 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압박이 된다.

 

◆법은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불안’은 남았다

 

정부와 국회도 뒤늦게 제동에 나섰다. 2026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핵심은 학원 설립·운영자 등이 유아를 모집하거나 수준별 반 배정을 하기 위해 시험이나 평가를 실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모든 확인 절차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유아가 학원에 등록한 뒤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 목적으로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진단 행위의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교육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도 내놨다. 유아 대상 모집 시험과 수준별 배정 목적 평가를 막고, 36개월 미만 영아의 인지교습 금지, 36개월 이상 유아의 장시간 인지교습 제한, 과대·허위광고 규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이 생겼다고 부모의 불안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원 문 앞의 시험지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은 이미 하고 있다”는 비교는 남는다. 시험이라는 이름이 사라져도 상담, 대기, 추천, 반 배정이라는 다른 절차 속에서 경쟁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월평균 교습비만 123만9000원인 유아 대상 영어학원. 급식비와 차량비, 교재비 등이 더해지면 일부 학군지에서는 체감 부담이 월 150만~200만원대로 커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월평균 교습비만 123만9000원인 유아 대상 영어학원. 급식비와 차량비, 교재비 등이 더해지면 일부 학군지에서는 체감 부담이 월 150만~200만원대로 커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유아 사교육은 아이의 하루뿐 아니라 가정의 생활 방식까지 바꾼다. 평일 저녁은 숙제로 밀리고, 주말 일정은 보충 수업과 상담에 맞춰진다. 부모는 아이가 지쳐 보이는 걸 알면서도 쉽게 멈추지 못한다.

 

강 의원은 유아 사교육 시장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기회가 갈리는 구조가 조기에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교육을 막고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 맞게 자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이 비용이 아이를 위한 준비인지, 부모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지출인지다.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청구서 앞에서 많은 가정은 오늘도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어려운 영어 단어일까, 아니면 자기 속도로 자랄 시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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