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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보다 무섭다는 ‘축구교실’…이젠 부모 지갑 따라 ‘체육 양극화’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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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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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예체능 사교육비 증가율 교과목 2배…역대 최고치 경신
월 800만 가구 참여율 70% vs 300만 가구 20%…‘운동장 계급도’ 고착
공짜 운동장 실종이 부른 ‘약육강식’ 시장…150만원 고액 강습에 학부모 ‘신음’
혈세 640억 투입하고도 시민에겐 ‘철문’…사설시장 폭리 방치하는 공공체육

“이젠 영어 과외보다 축구 교실이 더 비쌉니다.”

 

운동장이 닫히자, 아이들의 ‘달리기’는 월 수십만원짜리 과외가 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는 하소연이다. 주말마다 아이를 사설 축구 아카데미에 보내는 경우 대관료와 수강료로 매달 수십만원의 비용이 든다. 과거 누구나 뛰놀던 학교 운동장은 이제 ‘보안’과 ‘민원’에 막혀 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마음껏 뛰어놀 공간조차 찾기 어려운 시대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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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보다 더 빠르게 오른 ‘운동비’…사교육비의 역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2024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츠를 포함한 예체능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은 8.5%로 집계됐다. 이는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 교과 사교육비 증가율(4.2%)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축구, 수영, 농구 등 스포츠 관련 지출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대체’다. 무료였던 공공 운동장이 사라지자, 스포츠는 곧바로 유료 시장으로 흡수됐다. 공공이 비운 자리를 사교육이 채운 구조다. 결국 운동장은 ‘권리’에서 ‘상품’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곧바로 ‘격차’로 이어졌다. 소득 수준별 차이는 극명하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스포츠 사교육 참여율은 70%를 상회했으나, 300만원 미만 가구는 20%대에 그쳤다. 운동장조차 부모의 경제력이 ‘입장권’이 되는 구조다. 부모의 지갑 두께에 따라 아이들의 심폐지구력이 결정되는 ‘체육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유아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용 실태조사(학부모 2175명 대상)’ 정책 연구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 사교육 가운데 체육이 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월평균 15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구(주로 반일제 이상 영어유치원 이용자)의 42.1%는 해당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비용이라도 체감은 전혀 달랐다. 특히 월 소득 10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이 ‘매우 크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 부담 인식 역시 소득 수준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혈세 640억 투입하고도 ‘철문’…공공의 직무유기가 부른 폭리

 

공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난 스포츠 시장은 이미 무법천지의 ‘약육강식’ 현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설 체육시설의 대관료와 수강료가 빠르게 오르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비극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 같은 폭주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한 해에만 약 640억원의 국비를 들여 노후 체육시설을 개선했지만, 정작 일반 시민과 아이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특정 동호회가 시설을 독점하거나, 수익을 위해 공연 등 문화행사 위주로 대관하며 시민들의 일상적인 운동 공간을 밀어내고 있다.

 

이처럼 공공체육 인프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수요는 자연스럽게 사설 시장으로 이동했다. 일부 ‘프리미엄’ 아카데미는 주 2회 수업에 월 60만원, 방학 전지훈련비를 포함하면 월 150만원이라는 ‘강남 고액 과외’ 수준의 수강료를 요구한다. 환불 거부와 무자격 강사 사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선택지가 없는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연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니다.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스포츠 시설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2022년 대비 2024년 2.5배 이상 급증했다. 일방적인 가격 인상이나 환불 거부, 무자격 강사에 의한 안전사고 등 사설 시장의 부작용이 학부모의 지갑과 아이들의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공공이 물러난 자리에서, 시장은 규칙 없이 커졌다. 공공 체육 인프라가 줄어든 자리를 사설 시장이 빠르게 채우면서, 스포츠 참여 역시 비용 부담에 따라 접근성이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공공 체육시설의 이용 구조 역시 왜곡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특정 동호회의 장기 대관 등 ‘독점 이용’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으며, 이용 신청 절차 미비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는 더 이상 ‘누구나 누리는 권리’가 아니다. 공공재였던 운동장은 이제 대가를 지불한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공간’으로 전락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공을 차는 풍경조차 부모의 소득에 따라 갈리는 현실. 대한민국 스포츠 공공성의 실종이 불러온 서글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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