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문화의 융합 결실 보여줘
심학규 딸 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기 위해 시퍼런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용왕을 감동시킨 그 효심은 결국 청이를 왕비로 만들고, 심학규는 물론 온 나라 봉사가 눈을 뜨게 된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K컬처’ 시대에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심청’ 40주년 공연을 3일 성료했다. 1946년 서울발레단 창설로 시작된 대한민국 발레 80년 역사에서 오리지널 스코어를 갖추고 꾸준히 공연되는 유일한 전막 창작발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안무·의상·무대를 거듭 진화시켜온 ‘K발레’의 금자탑이다.
이날 공연에서도 지중배 지휘의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처음부터 이 작품만을 위해 쓰인 전막 창작발레 음악을 무용수와 탁월하게 호흡하며 극적으로 선사했다.
2010년부터 ‘심청’에 출연해 온 강미선 수석무용수가 탁월한 표현력과 관록을 보여준 이날 공연은 특히 강렬한 서사가 돋보였다. ‘심청’은 눈먼 아버지의 공양미 삼백 석 약속에서 시작해 인당수 투신, 용궁, 왕비 간택, 맹인잔치의 부녀 상봉이라는 서사를 발레와 우리 전통 춤사위로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UBC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언 델라스가 세운 골격에 역대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유병헌이 40년간 거듭 다듬어온 안무가 빛나는 무대였다.
특히 제1막 선상 장면의 남성 군무는 압도적이었다. 클래식 발레에서 보기 드문 박진감으로, UBC가 자랑하는 ‘칼군무’가 여성무용수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2막 용궁 장면은 상상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바닷속 왕궁을 특유의 의상과 무대로 빚어낸 미장센이 돋보였다. 3막은 ‘K발레’로서 ‘심청’이 지닌 특별한 DNA가 잘 드러났다. 대례복 차림의 강미선이 한껏 귀여운 춤사위를 선보인 뒤 봉산탈춤 군무와 해학적인 맹인들의 춤이 이어지며, 40년 전 창작진이 염원했던 동서양 아름다움과 문화의 융합이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보여줬다.
40주년 기념 무대로서 이날 무대에는 2017년 부인 황혜민과 함께 ‘오네긴’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던 엄재용 지도위원이 ‘왕’으로 무대에 올랐다. 또 두 사람의 딸 엄로아는 어린 심청으로 무대에서 종종걸음을 쳤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쌓아온 시간과 인연이 함께 빛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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