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예 등 5개사 미국 내 자산동결
이란환전소 3곳도 거래 전격 차단
中 에너지 수급·이란戰 돈줄 타격
시진핑에 종전 중재 역할 압박도
中 “부당한 역외적용… 국제법 위반”
미국이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자 중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약 열흘 뒤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재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이란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창구로 지목된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하이예 석유터미널과 이 회사 대표인 리신천, 그리고 홍콩 및 제3국에 선적을 두고 이란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그림자 선단’(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소유주와 항적을 숨기고 운항하는 위장 선박) 운영 회사들이다.
하이예는 지난해 수십 차례에 걸쳐 이란산 석유 및 석유제품 수천만배럴을 수입했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연안에서 불법 선박 간 환적(STS) 방식으로 이란산 석유 및 석유제품을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무부는 이를 통해 이란에 수십억달러가 흘러들어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란 석유제품 운송에 관여한 영국, 파나마, 홍콩 선적의 선박 및 선박관리 회사들도 제재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과 개인,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50% 이상을 소유한 법인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이들과 자금·물품·서비스를 거래하는 기관도 제재를 받는다.
재무부는 이와 별도로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외환 거래를 중개하는 이란 환전소 3곳 등을 제재했는데, 이들은 위안화로 들어온 석유 판매 대금을 이란의 군사자금에 쓸 수 있도록 환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중국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과 선박 및 해운사 수십 곳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제재 이행 금지령을 발령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이 이란과의 석유 거래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에 제재를 한 것을 종합 평가한 결과, 부당한 역외 적용 상황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해당 5개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승인·집행·준수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는) 중국 기업이 제3국(지역) 및 그 국민·법인 혹은 기타 조직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활동을 영위하는 것을 부당하게 금지·제한한 것으로,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제재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해 전쟁 자금줄을 옥죄는 동시에, 이란 석유의 약 90%를 수입하는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 이란을 동시에 겨냥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14∼15일)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교착 상태인 이란과의 종전협상에서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번 제재가 그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희토류 관리를 강화하는 내부 방안을 추진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중국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업 마누스 인수를 불허하는 등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한편 미국 공군 대형 수송기가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준비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미군 보잉 C-17 수송기가 1일 서우두공항에 착륙했다가 이튿날 출국했다. 해당 기종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차량과 경호 장비 수송을 맡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3월 말∼4월 초 방중을 추진했으나 중동 정세를 이유로 일정을 5월 14∼15일로 연기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양국 수백 명의 정부 관계자가 발언·의전·동선 등을 점검하며 막판 준비에 한창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미국 측은 경호·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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