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1년… 꺼지지 않는 악몽
우울 고위험군 24%… 불안 16%
집 소실 등 생활기반 상실 충격
“중장기적 추적 관찰·지원 필수”
지난해 3월 경북 일대를 휩쓴 초대형 산불 피해 이재민 3명 가운데 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재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민 10명 중 8명은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맡아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 연구팀은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최로 2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린 ‘산불 피해 이재민의 장·단기 건강영향조사 및 대응체계 연구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산불 발생 11개월 뒤인 올해 2월 피해 지역인 경북 안동시와 의성군 주민 각 200명씩 400명을 대상으로 △PTSD △우울 △불안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심각한 사고를 겪은 뒤 나타나는 불안 장애인 PTSD 고위험군은 전체의 3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5세 미만이 42.4%로 가장 높았고 이어 65~74세 미만은 31.1%, 75세 이상은 29.8% 등의 순이었다. 살던 집이 화재로 손실된 이재민(42.1%)이 그렇지 않은 이재민(28.8%)보다 PTSD를 겪은 비율이 1.5배 높았다. 생활기반 상실이 주요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우울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고위험군은 각각 24.0%, 16.3%였다.
산불 피해 이후 1년간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55.0%가 ‘나쁘다’, 8.8%가 ‘매우 나쁘다’고 답해 응답자의 63.8%가 산불 피해 이후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 1년 전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은 21.0%에 불과했다. 특히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맡아도 불안하다는 주민은 82.5%에 달했다. 경보음이나 사이렌 소리에 불안하거나 작은 불빛만 봐도 긴장된다는 대답도 각각 58.0%, 50.2%였다.
오 교수는 “대형 산불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재민 다수가 PTSD 고위험군으로 선별되는 등 임상적 수준의 심리적 후유증이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 파손과 기저 정신과 치료력이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위험요인으로 짚었다. 그는 “고위험군 선별 및 집중 치료 체계를 유지하고 지역사회 전체의 회복 역량을 높이는 커뮤니티 기반의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기 개입이 아닌 중장기적인 추적 관찰과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앞선 지난해 3월22일 의성에서는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건조한 날씨와 태풍급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지로 삽시간에 번졌다. 화재 발생 149시간 만인 같은 달 28일 오후에야 주불이 진화됐다. 경북 북부 지역과 경남 산청 등 영남권 초대형 산불로 여의도 면적 156배에 이르는 약 10만3876㏊의 산림이 불에 타고 31명이 목숨을 잃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임시 조립 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등에 머물고 있는 영남권 산불 이재민은 2341세대 401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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