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항공권 결제창에서 마지막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숫자가 한 번 더 튀어 오른다. 기본운임만 보고 예산을 잡았던 여행객에게는 낯선 항목 하나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유류할증료다. 대한항공 기준 인천~뉴욕 노선을 5월에 발권하면 왕복 유류할증료만 112만8000원이 붙는다. 항공권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결제 직전 ‘기름값 청구서’가 여행 예산을 다시 흔드는 상황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5월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는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상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된다. 33단계는 갤런당 470센트 이상일 때 적용되는 구간이다. 2016년 현행 체계가 도입된 뒤 33단계가 실제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8단계에서 한 달 만에 15단계가 뛰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항공권 가격에 일부 반영하는 장치다. 국제선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 등을 기준으로 단계가 정해지고, 항공사는 운항 거리별로 월별 금액을 부과한다.
중요한 기준은 탑승일이 아닌 발권일이다.
5월에 표를 끊으면 실제 여행 날짜가 몇 달 뒤여도 5월 유류할증료가 붙는다. 반대로 이미 발권한 항공권은 이후 유류할증료가 오르더라도 차액을 추가로 내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이달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최소 7만5000원에서 최대 56만4000원까지 부과한다. 지난달 4만2000원~30만3000원과 비교하면 1.8~1.9배 오른 수준이다.
후쿠오카·칭다오 등 단거리 노선에는 편도 7만5000원이 붙는다. 반면 뉴욕·애틀랜타·워싱턴·토론토 등 장거리 노선은 편도 56만4000원이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유류할증료만 112만8000원이다.
여기에는 기본운임과 공항시설이용료 등 제세공과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실제 결제창에서 마주하는 최종 금액은 이보다 더 커진다.
아시아나항공도 부담이 크게 뛰었다. 이달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8만5400원~47만6200원이다. 지난달 4만3900원~25만1900원과 비교하면 최대 2배 수준이다.
저비용항공사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항공은 한국발 국제선 항공권에 편도 기준 52~126달러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지난달 29~68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객의 체감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같은 노선인데도 누구는 덜 내고, 누구는 더 내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발권 시점 때문이다. 같은 항공편이라도 4월에 결제했는지, 5월에 결제했는지에 따라 최종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유류할증료가 올랐다고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항공유 가격이 영업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본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항공사 수익성은 곧바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류할증료에는 상한도 있다.
현행 체계에서 33단계는 항공사가 부과할 수 있는 최고 단계다. 항공유 가격이 이보다 더 오르더라도 유류할증료를 무한정 올릴 수 없다. 고유가가 길어질수록 초과 부담은 항공사 몫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채산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계획을 다시 손보고 있다. 유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탑승률이 낮은 노선은 운항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이달 국제선 3개 노선에서 총 8회 운항을 줄일 계획이었지만, 최근 감편 규모를 13회로 확대했다.
진에어는 지난달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을 비운항한 데 이어, 이달에는 14개 노선에서 131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에어프레미아도 7월 인천~다낭 8편, 로스앤젤레스 6편, 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각 4편 등 총 22편을 비운항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다.
유류할증료가 올라 항공권 총액이 비싸지고, 감편이 늘면 선택 가능한 시간대와 특가 좌석도 줄어든다. 특히 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는 여름 성수기에는 항공권을 미루다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할 가능성도 있다.
항공권을 비교할 때도 기본운임만 봐서는 실제 부담을 알기 어렵다. 결제 직전 총액에서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이용료 등 제세공과금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노선이라도 항공사, 거리 구간, 발권 시점에 따라 최종 결제액은 크게 달라진다.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소비자라면 이제 목적지보다 결제 시점을 먼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항공권 결제창의 마지막 숫자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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