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택스리펀 라운지 앞,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손에는 화장품 쇼핑백과 운동화 박스, 한국 과자가 담긴 봉투가 함께 들려 있었다. 한때 명품 매장 앞에만 몰리던 외국인 쇼핑 수요가 이제는 백화점 패션 매장, 뷰티 편집숍, 대형마트 식품 코너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가 겹친 ‘동북아 황금연휴’를 맞아 유통가가 외국인 관광객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을 8만~9만명, 중국인 관광객을 10만~11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두 나라 관광객만 18만~20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번 흐름은 일시적 연휴 수요에 그치지 않는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76만명을 넘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중국 관광객은 145만명, 일본 관광객은 94만명으로 두 나라가 전체 방한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전용 멤버십인 ‘롯데 투어리스트 멤버십’ 적용 범위를 본점에서 롯데타운 잠실로 넓혔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할인에 더해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관광 콘텐츠 할인까지 붙였다. 잠실점의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글로벌 쇼핑 페스타’를 열고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와 결제·환급 혜택을 묶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한 달간 스포츠·아웃도어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명품과 화장품 중심이던 외국인 소비가 등산, 러닝, 패션 쪽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본점과 더현대 서울 등에서 외국인 전용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 88개 패션 브랜드를 최대 30%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식품관에서는 K푸드 할인 혜택을 더하고, 중국·일본 고객을 겨냥한 결제 프로모션도 붙였다.
면세점은 ‘K뷰티’를 전면에 세웠다.
신세계면세점은 5월1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몰과 명동점에서 뷰티 브랜드 최대 50% 할인 행사를 연다. 연작, 비디비치, 어뮤즈 등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앞세워 단순 할인보다 체험과 재구매 연결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다.
롯데면세점은 일본 고객을 겨냥해 화장품 ‘오미야게’ 패키지를 선보였고,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는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 혜택을 강화했다. 현대면세점도 인천공항점 구역 확대에 맞춰 중화권 결제 혜택을 내세웠다. 쇼핑 편의와 선물 문화를 함께 잡으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는 한국 과자와 라면, 간편식으로 외국인 발길을 붙잡고 있다. 롯데마트는 단독 상품인 ‘청우 쫀득초코칩 딸기’를 연휴에 맞춰 다시 선보이고, 서울역점과 광복점에서는 신라면 툼바 등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K푸드 상품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제타플렉스 서울역점과 광복점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러기지택도 증정한다.
이번 연휴 특수의 핵심은 단순 쇼핑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제품을 사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식 일상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계획이 있는 해외 여행자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는 K컬처가 한국 여행 관심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75%는 K컬처를 한국 방문의 핵심 동기로 꼽았다. K팝이나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갖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여행과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리브영은 서울 광장시장에 ‘올리브영 광장마켓점’을 열었다. 1960년대 복고풍 콘셉트로 매장을 꾸미고, 한복과 두루마기를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K뷰티를 파는 동시에 전통시장 체험까지 연결하려는 시도다.
여행 플랫폼 놀유니버스는 5월5일까지 ‘조이 세일 서울’ 캠페인을 진행한다. K팝 공연과 아이돌 명소, 찜질방, 야구 관람, 아쿠아리움 등 한국의 일상형 체험 상품을 묶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 방문’보다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방식’을 따라 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도 외국인 고객을 겨냥해 달고나, 오란다, 약과로 구성한 K스낵 세트를 증정한다. 제품 할인보다 한국적 기억을 남기는 쪽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유통업계가 이번 연휴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이 한국에서 쓰는 돈은 백화점 계산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항공, 숙박, 식당, 공연, 교통, 지역 상권으로 이어진다.
관건은 연휴가 끝난 뒤다. 할인 쿠폰으로 한 번 들어온 손님을 다시 한국으로 오게 만들 수 있느냐, 서울에 몰린 소비를 부산·제주·대구 같은 지역으로 넓힐 수 있느냐가 다음 승부처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K콘텐츠와 지역 관광 수요가 맞물리면서 소비가 공연·레저·쇼핑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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