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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한밑천 잡으려고?”…나사 풀린 대한체육회, 의식불명 소년 부모 두 번 죽인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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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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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니 장기기증이나…”사경 헤매는 선수 가족 두 번 죽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위로 대신 ‘돈’ 언급한 국가 스포츠 수장…선수는 그저 ‘소모품’이었나
눈 못 뜬 아들 곁에서 마주한 막말…“체육회에 인권은 없었다”

8개월 전, 제주도의 한 복싱 경기장 링 위에서 중학생 유망주 A군(15)의 시간이 멈췄다. 챔피언을 꿈꾸며 내지르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아이는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날 이후 부모의 삶은 중환자실 대기실의 딱딱한 의자 위로 옮겨졌다. 매일 아침 “어제보다 나아졌을 것”이라는 기도로 하루를 버텼고, 아이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울었다.

 

그런 부모에게 국가 스포츠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 고위 간부의 전화가 걸려왔다. 구원을 바랐던 그 순간, 귀에 꽂힌 것은 위로가 아닌 상처였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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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렇게 된 걸로 뭔가 한밑천 잡으려고 하는 건가 할 정도로 굉장히 기분 나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 속김나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이 한마디는 8개월간 버텨온 시간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공공기관 책임자의 발언이라기보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던진 말로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총장은 보호자가 대화를 녹음하려 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한밑천’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자식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을 ‘금전적 의도’로 해석한 셈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남긴다. 김 총장은 보호자가 대화를 녹음하려 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한밑천’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식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을 ‘금전적 의도’로 해석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진조차 단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미 뇌사”, “깨어날 가능성 제로”라고 단언하고, 마라톤 사고를 예로 들며 ‘장기 기증’까지 언급한 대목이다. 환자의 생태를 자의적으로 규정하며생명 앞에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신중함과 존중이 결여된 발언이었다.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사옥 전경.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사옥 전경.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실언’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체육계는 오랫동안 ‘국위선양’이라는 이름 아래 선수의 희생을 당연시해왔다. 정상에 있을 때는 영웅으로 떠받들지만, 사고로 쓰러지는 순간 관리 대상이나 비용으로 전락하는 구조적 냉혹함이 이번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고 직후 “100% 책임지겠다”던 약속을 이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부인하는 등책임보다 조직 방어를 앞세우는 태도 역시 관료주의의 전형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대한체육회는 입장문을 통해 부적절한 발언을 인정하며유승민 회장의 조기 귀국과 사과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사과 한마디로 회복될 수 있는 상처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선수의 생명과 존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조직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에 가깝다.

 

당시 현장에서는 사설 구급차가 길을 헤매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스템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 이후의 대응은 남겨진 가족의 존엄마저 지켜주지 못했다.

 

김 총장은 “아이는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드러낸 것은 한 선수의 가능성이 아니라, 사고 이후를 책임지는 시스템의 부재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혹, 책임 약속의 번복, 그리고 피해 가족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까지. 사고는 현장에서 발생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 과정 전반에서 반복됐다.

 

선수의 안전과 생명은 경기의 결과보다 앞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한체육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사고는 왜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왜 책임지지 못했는지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의 완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깊게 박힌 비수를 뽑아내기엔 때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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