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공고 한 줄이 롯데마트·슈퍼 내부 분위기를 바꿨다.
대상은 48세 이상, 같은 직급에서 8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다. 롯데마트·슈퍼가 2023년 이후 약 3년 만에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갔다. 배경은 숫자로 더 선명하다.
1일 산업통상부의 ‘2025년 연간 및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주요 26개 유통업체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20년 48.2%에서 2025년 59.0%까지 커졌다. 반면 2021~2025년 대형마트 매출은 연평균 4.2% 감소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도 변화는 확인된다. 2025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72조398억원으로 전년보다 4.9% 늘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11조1448억원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와 맞닿은 음·식료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소비자는 여전히 장을 보지만, 그 발걸음은 매장보다 휴대전화 화면으로 더 많이 옮겨가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 29일 오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신청 대상은 동일 직급에서 8년 이상 근속한 48세 이상 직원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근속 연수와 직급·직책에 따라 최대 기본급 36개월분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재취업 지원금도 별도로 지급된다. 희망자에게는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있는 경우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을 최대 3명까지 지원한다.
이번 희망퇴직은 2023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회사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인력 구조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설명도 붙였다.
이번 조치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롯데쇼핑 그로서리 사업, 즉 국내 마트·슈퍼 부문은 지난해 매출 5조15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4.2%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익은 486억원 손실로 돌아서며 적자 전환했다.
2023년 이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상품 소싱과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통합 작업을 진행해왔다. 마트와 슈퍼의 상품 역량을 묶고, 중복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온라인 장보기 확산, 근거리 식품 구매 경쟁이 겹치면서 수익성 회복은 예상보다 더뎠다.
대형마트는 더 이상 “주말에 한 번 크게 장보는 곳”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신선식품은 온라인 새벽배송과 즉시배송이 파고들고, 소량 구매는 편의점과 근거리 슈퍼가 흡수한다.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인데, 고객의 구매 동선은 갈수록 쪼개지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희망퇴직과 함께 신규 채용도 병행한다. 올해 신입·경력사원을 100명 이상 채용하고,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 회복과 유연한 조직 체계 구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는 인력을 줄이면서 새 인력을 뽑는 모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말하는 방향은 세대교체와 직무 재편에 가깝다. 기존 점포 운영 중심의 인력 구조를 줄이고, 온라인 연계·상품 기획·가맹 사업·신선식품 경쟁력 강화 쪽으로 조직을 다시 짜겠다는 의미다.
롯데마트·슈퍼는 기업형 슈퍼마켓 가맹 사업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직영점 중심 구조는 임차료와 고정비 부담이 크다. 반면 가맹 중심 출점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점포망을 넓힐 수 있다. 마트와 슈퍼의 상품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외형 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롯데마트·슈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이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매장을 줄일 것인가, 바꿀 것인가. 사람을 줄일 것인가, 역할을 다시 나눌 것인가. 소비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동 경로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해법은 단순한 감축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롯데마트·슈퍼가 희망퇴직 이후 보여줘야 할 것도 결국 매장의 변화다. 신선식품 경쟁력, 가격 신뢰, 가까운 배송, 가맹점 수익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적자를 막을 수 있어도,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부르기는 어렵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을 단기 비용 절감보다 사업 구조 재편의 신호로 본다”며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를 어떤 경쟁력으로 채울 수 있느냐가 롯데마트·슈퍼의 다음 성적표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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