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불행엔 늘 과거의 잘못
권력자들의 사욕으로 전쟁지옥
남북 관계·북핵에 던지는 경고
2023년 하마스전쟁에 이어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세계 경제와 안보 구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오슬로협정’이 무력화된 이후부터 따지면 사실상 ‘30년 전쟁’인 셈이다. 오슬로협정은 1993년 미국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입회하에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서명했다. 그 내용은 양측이 서로를 승인하고 평화공존하는 것이었다. ‘두 국가론’의 탄생이다. 노르웨이의 중재로 오슬로에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PLO 측이 협상했기 때문에 오슬로협정이라고 했다. 이 협정의 공로로 라빈 총리와 페레스 외무장관 그리고 아라파트 의장 3인은 1994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재의 중동전쟁은 당사자들의 자업자득이다. 이스라엘의 유대원리주의 세력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세력은 오슬로협정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마스는 무자비한 테러를 자행해서 이스라엘의 반대 여론을 자극했다. 급기야 1995년 11월 라빈 총리는 한 유대인 원리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라빈을 승계한 페레스 총리의 노동당은 1996년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강경 우익정당 리쿠드에게 패해 정권을 내줬다. 전후 이스라엘 태생인 47세의 젊은 네타냐후는 사실상 오슬로협정을 무력화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시 봉기(인티파다)했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이민족을 박해하는 가해자가 되었다.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로부터 페레스로 이어져 온 초기 지도자들, 즉 유럽에서 태어나 박해를 직접 겪은 후 이스라엘 땅으로 이주했던 독립 1세대가 은퇴한 후 홀로코스트의 처절한 기억은 가학적 오만으로 변질했다.
필자는 외교부의 경제협력과장이 된 직후인 1995년 11월 카이로에서 개최된 ‘중동개발은행’ 설립을 위한 최종 준비회의에 참석했다. 자본금 50억달러(현금 납입은 12억5000만달러)의 중동개발은행은 중동지역 국가 간의 상호의존적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오슬로협정이 만든 평화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모든 중동지역 국가들 그리고 유럽 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 많은 역외국이 참가했다. 그러나 중동개발은행 설립도 오슬로협정과 함께 무산되었다.
그 비슷한 시기인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 간,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하는 제네바합의(framework agreement)가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에 경수냉각형 원자력발전소(경수로)를 지어주기 위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급조되었다. 당시 필자는 관련 부서의 요청으로 KEDO설립안을 검토한 후, 연관 투자를 위한 신용 창출이 가능하고 북한도 주주로 참여 가능한 ‘한반도에너지개발은행’ 방식으로 추진하는 실무 의견을 냈다. 결국 미국 측 주장대로 달랑 경수로만 건설하는 조직이 되었다. 한국은 총비용의 70%(약 34억달러)를 떠안았다. 그러나 경수로 건설 초기에 이미 북한의 허종 대사는 뉴욕 KEDO본부에서 필자에게 “송배전망 건설 비용은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아. 거저 발전소만 있으면 뭐 하나?”라며 좌절감과 분노를 토로했다. 경수로 건설은 북한의 불신만 초래하고 2003년 말 중단되었다. 한국은 이미 지출된 비용(약 12억달러)만 날렸다. 미국이 중동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는 인식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경수로 건설에도 중동개발은행 같은 방식을 적용했으면 어땠을까?
중동의 전쟁은 ‘현재의 불행에는 늘 과거의 잘못이 숨어 있다’는 외교의 역사 교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역사를 되돌아보고 교훈을 찾는 것은 당대 정치권력자의 책무다. 오늘날 ‘미국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가자지구의 하마스, 이란의 신정군국체제’라는 권력자들의 사욕으로 얽힌 최악의 조합이 중동을 전쟁지옥으로 만들었다. 권력자는 늘 외교를 성공으로 포장하고 대중은 외교의 오류를 알기 어렵다. 대중은 지금 잘못 선택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페레스의 일대기를 그린 기록영화의 내레이터를 맡았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트럼프의 강력한 반대자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사람들도 지난 30년간 악화되어 온 현재의 남북 관계와 북핵 위협 상황에 대해서 똑같은 교훈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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