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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선 찰스 3세 “나토 동맹 중요”… 트럼프 우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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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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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우호 강조 속 견제 메시지

美 기후 대응 이탈 행보도 직격
“후방 교란 위해 온건 아냐” 농담
여야의원들 기립박수·웃음 화답

CNN “민주주의 가치 직설적 옹호”
트럼프 “환상적” 직접 비판 자제

즉위 후 처음 미국을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공식 행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우회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최근 영국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찰스 국왕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연방의회 합동연설에 나서 미국의 역사적 업적에 대한 찬사를 보내면서도 미묘한 견제 메시지를 곳곳에 담았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은 어느 한 나라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우리의 관계는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십”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지난 80년 동안 우리를 지탱해 온 모든 것을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 그것을 기반으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서양의) 파트너십은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올해로 77년째를 맞은 나토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어머니 이어… 35년 만에 연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앞줄)이 28일(현지시각)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 앞서 선서를 하자 상원 의장인 J D 밴스 부통령(뒷줄 왼쪽)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로이터연합
어머니 이어… 35년 만에 연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앞줄)이 28일(현지시각)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 앞서 선서를 하자 상원 의장인 J D 밴스 부통령(뒷줄 왼쪽)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로이터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토와 동맹국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 찰스 국왕의 동맹 강조 발언은 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찰스 국왕은 또 ‘비극적으로 녹아내리는 북극 빙하’를 언급하며 “자연의 붕괴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대열에서 이탈한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지적했다. 아울러 자신이 냉전 시절 해군 장교로 복무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최근 영국 해군 전력을 폄하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간접적으로 반박했다.

 

찰스 국왕의 우회적인 비판은 “난 후방 교란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 안심하라”는 등 농담을 섞은 연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 모두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CNN방송은 “찰스 국왕은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했지만, 왕실 기준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꾸짖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정치적 방향에 반대하며 견제와 균형, 동맹, 종교 간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옹호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국왕의 연설에 날을 세우지 않았다. 그는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찰스 국왕의 의회 연설에 대해 “환상적이었다. 민주당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는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고 치켜세우며 “미국과 영국의 관계는 지구 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배사에서는 이란 전쟁을 언급하며 “그들이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두지 않겠다. 찰스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국왕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냈고, 행사 동안 대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시대에서는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찰스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역사를 반영하고, 우호 관계 유지 의지를 담은 선물을 주고받았다. 찰스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벌오피스에 있는 ‘결단의 책상’의 1879년 설계도면 복제본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이 책상은 1880년 빅토리아 당시 영국 여왕이 러더포드 헤이즈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했던 영국 잠수함 ‘트럼프호’의 종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영 미국대사였던 존 애덤스 전 대통령이 1785년 존 제이 당시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신 사본을 액자에 담았다.

 

한편, 백악관은 이후 공식 엑스(X) 계정에 두 사람의 국빈 환영식 사진을 올리며 “두 명의 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집중을 비판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이어져 온 만큼, 그를 ‘왕’에 비유한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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