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처형·사형 선고 144회 중
집행 136회·대상 최소 358명
2020년 코로나 봉쇄 전후 비교
처형·사형선고 30회서 65회로
사유도 살인 등 강력범죄에서
南 영화 등 외부문화 접촉 변화
정치범 관련 처형도 대폭 증가
사회적 불만 억제 등 통제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자 북한은 2020년 1월30일 국경을 막았다. 세상을 향한 문을 더욱 굳게 잠그고는 ‘공포정치’의 강도를 한껏 높였다. 봉쇄 후 사형 선고, 처형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 그 뚜렷한 증표다. 봉쇄 전에는 살인 등 강력 범죄를 대상으로 한 사형이 가장 많았으나 이후에는 남한 등의 외부문화 접촉을 빌미로 한 것이 최다를 기록했다. 내부 통제를 위해 주민의 목숨까지 위협한 것이다.
북한 인권조사기록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27일 공개한 ‘코로나19 팬데믹 전과 후 북한의 처형 매핑: 김정은 정권하 13년간의 사형’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기(2011년 12월 17일∼2024년 12월 16일) 처형·사형선고 144회를 분석한 것으로 선고 후 실제 집행건수는 136회, 처형 인원은 최소 358명으로 파악됐다. 선고 8건의 집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탈북민 256명의 진술, 북한전문매체 5곳의 보도를 종합한 결과다. TJWG는 “북한 내부 접근이 제한된 만큼 실제 처형 규모는 이보다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인 남한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경 봉쇄 뒤 처형·사형 선고 2배 늘어
TJWG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북한이 국경을 막은 시점을 기준으로 봉쇄 전(2015년 3월14일∼2020년 1월29일)과 봉쇄 후(2020년 1월30일부터 2024년 12월16일)를 비교했다. 봉쇄 전에는 처형·사형 선고가 30회였지만 이후에는 65회로 늘었다. 처형된 인원은 44명에서 153명으로 약 3.5배나 증가했다. 류민종 TJWG 선임연구원은 “국경을 봉쇄한 후 처형이 116.7% 폭증한 것은 김 위원장의 잔혹한 통치 방식을 재확인해준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처형 방식을 활용했다. 무엇보다 공개적으로 처형을 집행했다. 공개 및 재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처형 129회 중 공개된 것은 총 94회로, 72.8%에 달했다. 대중 동원 공개처형이 66회, 특정집단 겨냥 공개처형이 28회였다. 보고서는 “대중 동원 공개처형에는 처형된 사람의 가족까지 참관하게 하고,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며 “특정 집단 대상 공개처형은 해당 집단에 공포심을 주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적인 재판조차 없는 처형이 6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과 중앙의 재판소,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사형을 확정하고, 비공개 장소에서 집행한다는 공식적인 설명과는 전혀 다른 실상이다.
집행 방식은 총살이 96.4%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둔기를 사용한 처형도 2회 확인됐다.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각각 ‘쇠몽둥이’, ‘망치’가 사용됐다. 수도인 평양 시내에도 처형장소 10곳이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중 5곳은 김 위원장의 집무실로 알려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반경 10㎞ 안에 밀집돼 있었다.
◆남한 문화 향유, 최다 사형 사유
보고서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봉쇄 이후 남한의 영화·드라마·음악 등으로 대표되는 외부문화 접촉이 주요 사형 사유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외부문화 접촉과 종교·미신 관련이 14회(38명)로 최다를 기록했다. 살인 관련 처형·사형 선고가 9회(10명)로 가장 많았던 봉쇄 전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김정은 집권기 13년 전체로 봐도 외부문화 및 정보 이용·유입·유포와 종교·미신 등과 관련된 것은 29회(20.1%)로 16개 사형 죄목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한 일본 언론은 남한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즐겼다는 이유로 ‘교육 차원’에서 동원된 어린이 포함 1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이 집행됐다는 탈북민의 증언을 전한 바 있다.
북한은 2020년부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통제 법령을 채택하며 외부 정보, 특히 한국 방송·녹화물 시청과 유포 처벌을 강화해 왔다. 관련 사형이 늘어난 흐름도 주민 사상과 사회 통제를 엄격히 실시하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정치범 관련 처형·사형 선고도 봉쇄 후 크게 증가했다. 김 위원장의 지시 및 방침 위반, 김 위원장 비판, 노동당 비판, 당시 국가보위성 비판, 사조직 구성 등을 저지르면 정치범으로 분류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김정은 정권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높아졌거나, 정치적 불만 표출에 대한 처형이 강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봉쇄 이후 코로나19·구제역 이동통제 위반 사유가 12회(28명)를 기록했다.
이영환 TJWG 대표는 “자국민 인명 경시가 만성화되도록 북한 정권에 대한 단호한 국제 조치를 지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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