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폭탄 테러로 박살이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주요 국무위원들이 한날한시에 목숨을 잃고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혼란에 빠져든다.
사건 당시 의사당에 있지 않아 목숨을 건진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라 60일 임기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과학자 출신으로 정치에는 문외한이던 박무진은 테러의 배후를 캐고 안보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차츰 ‘좋은 대통령이 돼 국민과 나라를 잘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미국 정부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동서 냉전이 극심하던 1947년 미국 의회는 소련(현 러시아)의 핵무기 공격으로 대통령 등 국가 요인들이 일거에 사망하는 경우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기존의 ‘대통령직 계승법’을 고쳐 지정 생존자 제도를 만들었다. 대통령과 내각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을 때 주요 부처 장관 한 명을 지정해 안전한 시설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ABC가 2016∼2019년 방영한 정치 드라마 ‘지정 생존자’가 이를 소재로 다루며 한국인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졌다.
대통령의 궐위 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시 대통령 역할에 그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곧장 차기 대통령이 탄생한다.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장 최근에는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리처드 닉슨 대통령(37대)이 1974년 8월9일 사임하자 바로 그날 제럴드 포드 부통령이 38대 대통령에 취임한 사례가 있다. 1963년 11월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35대)이 텍사스주(州)에서 암살을 당하자 린든 존슨 부통령은 수도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36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등이 참석한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만찬 행사 도중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용의자가 트럼프 암살을 노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정 생존자 제도가 새삼 눈길을 끈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텍사스)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이 한자리에 모이는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만찬장에 트럼프, 밴스는 물론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만약 폭발물이 터졌다면 대통령과 부통령, 하원의장이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 행정부가 이번 WHCA 행사 때에도 지정 생존자를 뒀는지, 만약 그렇다면 과연 누구였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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