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예고없이 파키스탄행
기대 높았지만 파국으로 끝나
트럼프 “모든 카드 우리가 가져”
군사·경제 압박 강조, 우위 노려
“대화 원한다면 전화” 여지 남겨
파키스탄 “양측 간접대화 진행중”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2차 대면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예고 없이 파키스탄을 찾으면서 한때 협상 기대가 높아졌으나 미국과의 대면을 거부했고, 이에 미국도 대이란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원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면 된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양국 간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란의) ‘지도부’ 내부는 엄청난 내분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며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에겐 아무 카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한 데다가 대(對)이란 해상봉쇄로 경제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고 적으면서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이 취소된 배경과 관련해 “단지 그들이 우리에게 더 나았어야 할 문서를 가져왔다는 것뿐”이라며 “흥미롭게도 내가 (미국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직접 회담은 없다’는 이란 공식 입장과 달리 이란 측으로부터 대면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는 확인을 받았었다”며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협상을 준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은 끝내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을 만나 이란의 종전 관련 입장과 휴전을 비롯해 종전과 관련한 최신 상황, 서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 등을 전달한 뒤 이날 파키스탄을 떠났고, 미국도 대표단 일정을 취소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 방문 뒤 26일 밤 다시 파키스탄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무기급 핵물질 처리,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주권 문제로 여겨왔다.
이란 내부 대미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사실상 이란 내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해 종전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후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사령관과 측근들이 정권을 장악했으며, 이란의 협상팀이 지속적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까지 무산되면서 미국과 이란은 당분간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엑스(X)에 “미국·이란 간에 간접 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이집트, 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가 이 대화 진행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군 통합 지휘부인 하탐 알 안비야는 이날 성명에서 “만약 미군이 지역 내에서 봉쇄, 해적행위, 해상 강도행위를 계속한다면 이란의 강력한 무장 군대의 반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3주 휴전 연장에 합의한 뒤에도 레바논 남부에서는 교전이 계속돼 합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6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소속 알리 파야드 레바논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계속되는 적대행위를 고려할 때 휴전 연장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즉각적인 위협은 물론 잠재적 위협까지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강력한 군사 작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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