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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촉’…설탕담합 전모 밝힌 정문홍 사무관 포상금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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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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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봄 시장 모니터링 특이사실 발견
제당사 증거 자료 남기지 않아 난관 봉착
담합 약한 고리 제당사 직원 특정 집중 조사
2025년 3월 결정적 자백 받아 담합전모 밝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안팎의 고물가가 이어졌던 지난 2024년 봄. 공정거래위원회 정문홍 사무관은 설탕 시장을 면밀히 살피던 중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전국이 유통되는 설탕 가격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것. 공정위가 지난 2007년 7월 출고량·가격을 담합 혐의로 제당 3사에 5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던 터라 더 눈길이 갔다. 추가 조사에 들어가자 A업체 사업보고서에 과거 담합을 실시했던 시장 점유율이 현재 점유율인 것처럼 적혀 있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드러났다. 정 사무관에게 대규모 담합이 또다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촉’이 온 것도 이때였다.

정문홍 사무관(왼쪽), 우병훈 서기관. 공정위 제공
정문홍 사무관(왼쪽), 우병훈 서기관. 공정위 제공

하지만 조사는 쉽지 않았다. 한 번 경쟁당국에 덜미를 잡혔던 만큼 제당사들은 회의록, 메신저 등 증거자료를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고, 모든 일은 오프라인 만남이나 전화 통화 등 은밀한 수단만 사용됐다. 현장 조사에서도 업체 측은 “그냥 가격 얘기 좀 한 거예요”라고 둘러댔다.

 

조사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오행록 당시 제조카르텔조사과장(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는 2007년 담합 사건을 직접 적발했던 실무자였기 때문에 설탕 산업 구조와 담합의 전문가였다. 오 과장은 과거와 비슷한 구조로 담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조사 순서 및 접근 방식, 압박 포인트 등 전략을 전면 재설계했다.

 

조사 과정은 길었지만 정 사무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거의 1년 동안 사건을 붙들면서 마침내 담합의 약한 고리에 있는 제당사 직원을 특정, 집중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직원은 정 사무관의 논리적인 지적에 차츰 백기를 들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하게 됐고, 다른 회사에서 먼저 자백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껴 결국 지난해 3월 결정적인 자백을 해 담합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결국 제당사들은 자진신고를 했고, 사건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돼 올해 3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총 396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설탕 담합 조사 과정에서 전분당, 밀가루와 같은 다른 원자재 분야 담합 사건의 단서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 사무관은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둔 베테랑으로 사건 초기부터 자료 검토, 행위자 진술조사, 심사보고서 작성 및 전원회의 심의 대응까지 사건 전반을 총괄했다. 우병훈 서기관 역시 진술조사 및 심사보고서 작성, 전원회의 심의 대응 등을 정 사무관과 분담해 진행했다. 업체 측이 주장할 수 있는 쟁점들을 철저히 검토해 공정위 심사관 조치 의견이 심의 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했다.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제1회 특별성과 포상금 수여식에서 주병기 공정위원장(가운데)이 정문홍 사무관(왼쪽)과 우병훈 서기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공정위 제공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제1회 특별성과 포상금 수여식에서 주병기 공정위원장(가운데)이 정문홍 사무관(왼쪽)과 우병훈 서기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이렇게 확보한 증거가 검찰 수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자진신고를 이끌어낸 이후 검찰이 지난해 9월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기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의 선제적 조사와 자백 확보가 형사 제재로 이어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지속된 담합을 끈질기게 추적·제재해 가격인하까지 끌어낸 점을 높이 평가해 정 사무관과 우 서기관에게 각각 포상금 1000만원, 500만원을 수여했다. 실제 제당 3사 기준 설탕가격은 올해 1월까지 담합가격 대비 16.5% 낮아졌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경쟁질서를 읽는 공정위 조사관의 역량 그리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집념이 결합된 성과였다”면서 “행정조사권만으로 시작된 사건 조사였지만, 12개월 동안 이어진 조사관의 끈질긴 노력 끝에 거대 카르텔 가담자의 자진신고를 이끌어 낸 것이 이 사건의 실체를 드러낸 결정적 열쇠가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밖에 불공정행위 억지력 제고를 위해 제재 강화 방안을 마련한 민지현 사무관, 이선희 서기관, 김장권 사무관, 김민정 사무관에게 650만원을 포상했다. 민 사무관은 기업들이 법 위반시 얻게 되는 부당이득을 넘어서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게 ‘과징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법령 및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행정절차를 신속히 진행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아울러 DB, 영원 등 ‘대기업집단 총수의 계열사 누락행위’를 엄중 제재한 음잔디 과장과 황정애 서기관, 김한결·김준희 사무관, 오은성 조사관에게 총 600만원의 포상금이 수여됐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담합 등 물가를 자극하는 시장교란행위 집중단속 등을 통해 ‘민생물가 안정’에 기여한 장주연 과장, 전용주 서기관, 윤지수 사무관에게 450만원의 포상금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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