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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망칠 ‘인생샷’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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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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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2월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키티호크에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흔히 ‘라이트 형제’로 불리는 형 윌버 라이트(1867∼1912)와 동생 오빌 라이트(1871∼1948)에 의해 ‘플라이어’로 명명(命名)된 비행체가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자체 동력을 추진력 삼아 하늘을 난 것이다. 오랫동안 자전거 판매 및 수리 상점을 운영하며 비행기 개발을 꿈꿔 온 형제가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당시 형제는 지인에게 부탁해 시험 비행의 전 과정을 사진으로 찍도록 했다. 훗날 누가 비행기를 발명했느냐를 놓고서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인증샷’이었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 공군 소속 F-15 전투기 조종사가 공중에서 기동하는 도중 ‘인생샷’을 찍으려다가 그만 다른 전투기와 충돌 사고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F-15 전투기 4대가 부산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2021년 12월 우리 공군 소속 F-15 전투기 조종사가 공중에서 기동하는 도중 ‘인생샷’을 찍으려다가 그만 다른 전투기와 충돌 사고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F-15 전투기 4대가 부산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언론에 인증샷이란 표현이 출현한 것은 2010년 무렵의 일이다. 사진 촬영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그리고 휴대전화에서 바로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2010년 6·2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이 투표 인증샷 게시와 더불어 평범한 시민들에게 “정치 발전을 위해 꼭 한 표를 행사하라”고 권유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투표 인증샷을 공개한 이들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봇물을 이뤘다.

 

‘인생샷’은 인증샷보다 5∼6년 뒤에 출현한 유행어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 찍은 사진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증샷의 목표가 ‘증명’이라면 인생샷은 ‘홍보’에 더 가깝다고 할 것이다. 한마디로 타인에게 자극과 영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아주 멋진 사진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온라인 공간에는 인생샷의 요건으로 ‘사물에 기대기’, ‘뒤로 돌아 카메라 바라보기’, ‘앉아서 찍기’, ‘뒷모습과 풍경을 함께 담기’ 등 다양한 노하우를 소개하는 글이 넘쳐난다. 인생샷의 유행이 관광업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낭떠러지 같은 위험한 장소에서 인생샷 촬영에 집착하다가는 되레 화(禍)를 입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공군의 F-15 전투기 조종사가 비행 도중 인생샷 촬영을 위해 무리한 기동을 하다가 그만 공중에서 다른 전투기와 충돌한 사실이 알려졌다. 22일 감사원에 따르면 A씨(전 공군 소령)는 2021년 12월 소속 부대에서 다른 부대로 전보되기 전  마지막 비행에 나섰다. 이를 기념하는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기 위해 전투기 동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중 바로 옆에서 비행하던 전투기와 부딪쳐 파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리비에만 8억7870만원의 혈세가 투입됐다는데, 감사원은 A씨가 10년 넘게 조국 영공 방위에 헌신한 점을 들어 그가 국가에 낼 배상금을 8780만원으로 감액했다. 인생샷 찍으려다 인생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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