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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美·이란 종전 지연이 곤혹스러운 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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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원유수출로 이익… 경제 숨통
반미노선 이란과는 긴밀한 관계
러·우 종전협상 때 美 역할 기대
전쟁 길어질수록 전략적 딜레마

미국·이란 전쟁으로 러시아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러시아가 원유 및 정제유 수출로 올린 수입은 190억달러로 2월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게다가 미·이란 전쟁은 세계인의 관심을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돌려놓았다. 방공 시스템을 비롯한 미국 전략 자산이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대거 이동 배치된 것도 러시아에 호재이다. 러시아는 미·이란 전쟁의 수혜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중동 정세와 관련된 러시아의 전략적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먼저, 이란과의 관계가 러시아에 어려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미·반서방 노선을 공유하고 있는 이란과 교류·협력을 심화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러시아는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들을 이란에 제공해 왔다. 또한 테헤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모스크바에 샤헤드 드론을 직접 제공함은 물론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라이선스 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도록 함으로써 러시아의 전력 증강에 기여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2025년 1월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그런데 이란과의 그러한 긴밀한 유대관계가 오히려 러시아에 전략적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미·이란 전쟁 발발 초기에 러시아는 미군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이란과 공유하는 등 조심스럽고도 은밀하게 이란을 도왔다. 이란과의 연대 약속을 지키면서도 전쟁에 직접 연루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러시아의 입장이 엿보인다. 만약 러시아가 전쟁에 직접 개입한다면 그것은 대미 관계를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된다면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서 미국의 우호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모스크바로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스크바는 미·이란 전쟁을 방관하기도 어렵다. 미·이란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는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이란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러시아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의 공격을 수없이 받아온 우크라이나는 이 부문에 관한 한 가장 실전 경험이 풍부한 국가이다. 미·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그러한 실전 노하우뿐만 아니라 드론 방어 기술에 관심이 높아졌다. 심지어 미군 당국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전쟁이 길어져 드론의 재고가 바닥난다면 이란은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샤헤드 드론 공급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러·우 전쟁의 전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모스크바의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의 미·이란 전쟁 개입은 중국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이란에 드론, 미사일 등 무기를 지원할 경우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력은 강화될 것이다. 이는 걸프 국가들로부터의 원유 공급에 크게 의존해 온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역사상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모스크바·베이징의 전략적 협력 관계에도 이상 기류가 발생할 수 있다.

요컨대, 미·이란 전쟁은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모스크바의 전략적 공간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듯하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2024년 12월에 붕괴된 이후 중동에서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복병을 만난 셈이다. 득의만만한 미소는 점차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사례는 카멜레온보다 더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국제정치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페르시아만 정세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되, 일단 전쟁의 장기화를 상정해 위기 극복책 마련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냉철한 국익 계산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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