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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라, 고통을 안고 [유선아의 취미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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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무용수이자 안무가, 예술감독인 피나 바우슈가 남긴 말이다.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현대무용 장르인 탄츠테아터는 독일에서 발전된 양식으로 안무가 루돌프 폰 라반에 의해 처음 그 개념이 사용되어 나중에 바우슈를 통해 공고히 확립되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피나’는 바우슈의 갑작스러운 타계 후 그가 남긴 작품을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무용수가 공연하는 장면을 담아내는 영화로 2011년 베를린영화제 초연 당시 3D로 상영되었다. 지금은 상영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공연 실황의 시초격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겠으나 영화가 현실의 입체감을 착시 효과에 기대어 흉내 내려 할 때의 의도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3D 상영을 염두에 두었을 카메라의 움직임에 무용수의 움직임과 운동성이 잘 드러난다.

바우슈가 창조하는 춤추는 공간은 흙, 물, 카네이션 꽃밭처럼 자연의 형상을 닮도록 재현한다. 부퍼탈 탄츠테아터 소속의 무용수는 다양한 국적 출신을 자랑하는데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란 시중에서 파는 듯한 드레스나 슈트, 셔츠에 바지 따위가 전부이다. 이들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물에 흠뻑 젖거나 흙을 다지고 뿌리며 춤을 춘다. 바우슈의 무대에서 보이는 춤은 명칭을 가진 무용 동작의 정확한 신체 표현이라기보다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적 움직임과 더 닮았다. 안무는 가끔 기어간다, 쓰러진다, 천천히 걷는다, 달린다와 같은 동사 그 자체의 신체 표현이 되기도 한다. ‘봄의 제전’, ‘카페 뮐러’, ‘콘탁흐호프’ 등 그가 남긴 역작의 무대가 생전 그를 기억하는 무용수의 인터뷰와 교차하는데 주로 바우슈라는 예술감독이 무용수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영감과 해방을 주었는지에 관한 말이다.

 

‘피나’에서 볼 수 있는 탄츠테아터가 클래식이나 여타 현대무용의 무대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무대 위에서 공연자의 고통이 드러나는 일을 꺼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클래식 발레의 공연자는 마치 중력이 신체에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도약과 착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관객 앞에서 무용수가 가진 신체적 고통은 철저히 숨겨야 할 일이 된다. 현대무용도 주로 새로운 형식과 작품이 가진 내러티브를 연기하는 데 집중하며 무용수의 호흡은 절제된다. 탄츠테아터의 안무는 형식의 특별함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무용수의 고통을 표현하는 일에 다르지 않다. 곡예에 가까운 동작, 강박증이라도 가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복되는 움직임, 실패하도록 짜인 안무는 무용수가 훈련된 신체를 가졌을지언정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몸, 감정과 외부의 물리적 고통에 대응하며 중력의 작용을 피할 수 없는 몸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바우슈의 안무를 기록하는 ‘피나’에 드러나는 것은 완벽한 형식의 춤이 아니라 버티고 흔들리며 견디는 신체의 현재다.

 

유선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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