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상암벌에 등 돌려…환호 대신 ‘정적’ 택한 배수의 진
솔트레이크 2주 사투 후 6월5일 과달라하라 입성
1986년 5월, 김포공항.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쥔 ‘차범근과 아이들’은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의 꽃다발과 환송 인사를 가슴에 품고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로부터 정확히 40년이 흐른 2026년 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다시 한번 멕시코로 향하지만 서울 광장의 뜨거웠던 함성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홍명보호’가 40년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국내 출정식의 마침표를 지우고, 결전지로 곧장 날아가는 ‘정적의 로드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9일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KFA)가 최근 발표한 대표팀 로드맵의 핵심은 ‘명분’보다 ‘실리’다. 대표팀은 5월16일 최종 명단을 발표한 뒤 18일 본진이 곧바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출국한다. 월드컵 직전 국내 행사를 생략한 건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물리적 한계’를 이유로 든다. 1, 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가 해발 1500m 고지대인 데다, 6월12일 체코와의 첫 경기 일정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유럽파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들을 한국으로 불렀다 다시 북미로 보내는 ‘U자형’ 이동이 선수들의 생체 리듬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설명이다.
하지만 이 파격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홍명보호’ 출범 이후 이어진 온갖 논란과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여론이 출정식 무산의 진짜 배경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최근 A매치 관중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이나 임시 지휘봉 체제에서도 당연시됐던 ‘상암 매진’은 옛말이 됐다. 손흥민, 이강인 등 초호화 라인업을 갖추고도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전(2만2206명)과 11월 가나전(3만3256명) 모두 관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비판 여론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출정식이라는 ‘검증의 무대’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른 나라의 행보와 비교하면 한국의 선택은 더욱 이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을 단 두 달 앞두고 3연패의 늪에 빠지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반면 한국 축구계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골프장에 모여 “지금은 ‘홍명보호’를 응원할 때”라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그쳤다. 여론이 터져 나올 공간(출정식)은 없애고, 내부적으로는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홍명보호’는 다음 달 25일 전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완전체’를 이뤄 약 2주간의 사투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을 가다듬고 고지대 적응을 마친 뒤, 6월5일 결전지인 과달라하라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환대를 반납하고 선택한 내실은 그 자체로 배수의 진이다. 40년 전 선배들이 멕시코 고원에서 증명했던 꺾이지 않는 기개가 이번 로드맵의 끝에서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환호성을 밀어내고 들어앉은 이 정적이 대회의 마지막 날, 승리의 함성으로 뒤바뀌기를 팬들은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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