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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늪’ 빠진 호르무즈… 재협상 주도권 노린 전략적 기싸움 [美·이란 불안한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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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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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재봉쇄’로 긴장 다시 고조

휴전 종료 임박… 물밑 대화 불구
美·이란, 핵 문제 등 입장 차 여전
갈리바프 “최종 합의 갈 길 멀어”

“합의 불발 땐 휴전 연장은 없어”
트럼프, 재공격 카드 꺼내며 압박
이란 연계 선박 나포 준비설도

미국과 이란의 휴전 종료일이 임박했음에도 양국 협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시계제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종전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 확실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 과정에서 양국 간의 불신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호르무즈 상공 누비는 美헬기 미군 AH-64 아파치 헬기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선언했으나 이튿날 다시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AFP연합뉴스
호르무즈 상공 누비는 美헬기 미군 AH-64 아파치 헬기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선언했으나 이튿날 다시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AFP연합뉴스

2차 회담 준비는 일단 진행되는 분위기다. 19일(현지시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파키스탄 매체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수도 이슬라마바드 보안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주요 도로변에 있는 주택·상점·상가·호텔 등 건물들의 보안 상태를 확인하고 관계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슬라마바드 인접 도시인 라왈핀디에 있는 누르 칸 공군기지와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주변 주요 지역에 적색경보를 발령, 사실상 봉쇄했다. 항공편으로 라왈핀디에 도착하는 외국 대표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2차 회담일은 20일로 예측됐다. 한 파키스탄 소식통은 2차 회담에서 양국이 먼저 원칙적인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60일 이내에 세부 합의를 담은 포괄적 합의문을 발표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협상 타임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2차 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전망은 ‘장밋빛’보다는 ‘회색빛’에 가깝다. 핵 문제와 호르무즈해협 등 쟁점에 대해 양측의 입장차가 아직 상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종전협상에서 이란 측을 대표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협상 중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최종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의 역봉쇄 지속에 대해서도 “어리석고 무지한 조치”라며 “만약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통항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한될 것”이라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도 이날 이란 국영 TV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농축 물질도 미국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개방, 재봉쇄 과정이 이란 내부 온건파와 군부 강경파 사이의 갈등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개방을 발표한 직후 익명의 이란군 고위 관계자는 국영방송 등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란의 일시적 봉쇄 해제와 미국의 역봉쇄 유지 선언이 얽히며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란 내부에서 생겨난 것이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전 세계는 호르무즈해협 통제가 만들어낸 강력한 경제적 타격을 실감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란이 분쟁 국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억지력이 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란이 결국 재봉쇄에 나서면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이란 지부 전 책임자인 대니 시트리노비츠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은 “이제 향후 분쟁이 발생하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것이 이란의 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언급될 조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을 종용하면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는 것이 불안함을 더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22일까지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에 관해 “아마도 휴전을 연장하지 않겠지만, (이란 해상에 대한) 봉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 “봉쇄가 유지되면 불행하게도 우리는 다시 폭탄을 투하해야 한다”며 이란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군이 며칠 내로 호르무즈해협과 이외의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WSJ가 18일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은밀하게 원유를 수송하는 ‘암흑 선단(Dark Fleet)’이 핵심 나포 대상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역봉쇄를 넘어 선박 나포까지 동원해 이란의 경제적 ‘목줄’을 죄겠다는 뜻으로 이른바 ‘경제적 분노’ 작전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방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 아래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봉쇄와 경제적 분노 조치들이 결합하면 협정 타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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