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송량 대다수 차지하는 호르무즈 위험성 경고
동맹 지켜주던 미국은 없다고도 예언
예언 현실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절정
이란이 호르무즈 흔들자 동아시아와 유럽 절체절명
4년전. 한화그룹 주요 임직원들에겐 한 권의 서적이 배부됐다. 책 이름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The End of the World Is Just the Beginning)’.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미국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이 내놓은 서적이었다. 당시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 경영진들은 책을 탐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 대표 기업인 한화그룹이 공을 들여 보는 서적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업계에선 소소하게 화제를 모았다. 최근 방산업계에서 이 책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책에 적힌 내용이 이란 전쟁 이후 흐름과 상당히 맞아 떨어져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경고, 미국 우선주의의 복귀에 대한 내용은 현재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호르무즈 하나가 세계 산업 문명 흔든다… 에너지 위험 경고
피터 자이한은 해당 저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이유는 2가지다.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이 지나치게 많고, 중요도에 비해 주변국의 해군력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지적했다. 위험도가 높은데도, 오랜 기간 원유 수송에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미국의 관리덕분이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예언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 위치를 포기하고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는 순간 호르무즈는 봉쇄 위협에 시달릴 것이고, 막히는 순간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심한 아시아 국가들 부터 위기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그의 예언은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미국은 동맹국을 고려하던 세계 경찰이 아닌, 자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작전을 짜는 국가로 변모했다. 과거 미국이라면 이란을 공격할 확률이 적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달랐다. 동맹국에 미칠 영향을 모두 무시하고 이란을 공격, 결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왔다.
피터 자이한의 분석대로 이란의 막무가내 봉쇄에 걸프 연안 국가들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오랜 기간 평화에 절여져, 자체적으로 해협을 뚫어낼 해군력을 양성하지 못한 결과다. 그는 “쾌속정보다 큰 함정을 만든 나라가 거의 없다”며 걸프국가가 해협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고 내다봤다.
해협이 봉쇄되자 말 그대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현대 문명의 필수품인 원유와 나프타 공급이 끊기며 역대급 위기에 처했다. 아시아 국가의 정유시설에 의존하는 호주까지 타격을 받았다.
다만, 책의 내용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호르무즈 봉쇄시 가장 위험한 국가를 한국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불이 가장 먼저 꺼질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이는 빗나갔다. 대량의 원유비축기지와 대체 수입처를 확보해 놓은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현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사라지면 운임료 급등… 현실로 다가온 위협
저자는 미국이 사라지면 현재의 자유무역체제를 지키는 ‘운송’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지적한다. 현재 해상 무역로를 활용한 운송 체계는 미국의 강력한 해군력 아래 유지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미국의 감시 아래 화물선을 노략질하는 해적 행위가 사라졌다. 해적이 사라지자 상선들은 보안보다는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이는 곧 화물선의 대형화, 해상 운송비용 감소로 이어졌다. 광물·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한국과 일본, 대만, 독일은 해상비용 절감의 혜택을 톡톡히 보면서 무역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에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보호와 감시가 사라진다면 해상 장거리 운송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저자는 미국 주도 질서가 끝남과 동시에 ‘해적의 재등장’과 ‘운송 선박의 소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스레 해상 운송이 쇠퇴한다고 덧붙인다. 자원이 풍부하고, 내수 시장을 갖춘 국가만이 살아남는다고도 강조한다. 피터 자이한은 “한국과 중국, 대만, 독일은 대부분 (해적에게) 노출된 항로의 끝에 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자국 상선을 호송할 만큼 강한 해군력도 보유하지 않았다. 미래 지형적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과정은 다르지만, 운임료 급등은 현실화됐다. 미국 이란전쟁으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해상 운임료가 상승하고 있다. 비행기 유류할증료는 역대 최대 수치로 올랐다.
◆피터 자이한은 누구?
피터 자이한은 미국 국무부 출신으로 민간 정보기업 스트랫포 부사장을 지낸 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다. 미국이 세계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내용의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로 유명해졌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은 그를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 중 한 명으로 만들어준 책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특히 비관적인 전망을 언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30년이 되면 수출 중심 한국 경제는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라고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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