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 규모로 팽창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노후 자산 상당수가 2%대 저수익 상품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작 가입자의 실질적인 수익률 관리와 비용 부담 개선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에 성공해도 학자금을 못 갚는 청년 비율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못 갚은 학자금 규모는 800억원에 달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결렬 소식에 지난 13일 코스피 지수는 50.25P 하락 마감했다. 다만 5800선은 지켜서 반등 기대감을 키웠다.
◆500조 퇴직연금...상당수 2%대 저수익 상품에 몰려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496조80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급여형(DB)이 228조945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입자가 직접 굴리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IRP와 DC형 적립금은 전년 대비 각각 약 32조원, 23조원 급증하며 DB형(14조원)의 성장 폭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개인으로 이동하면서 금융권의 자금 유치전은 치열해졌다. 기존 대형 은행과 증권사가 주도하던 시장에 키움증권이 최근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카카오뱅크도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보험업권에서도 메리츠화재가 그간 DB형에만 제공하던 이율보증형(원리금보장) 보험 상품을 이달부터 DC형과 IRP에도 확대 공급하며 개인 자금 공략에 나섰다. 주요 금융사들도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앞세우는 등 개인 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의 양적 팽창과 달리 가입자들의 실제 운용 성과는 양극화하고 있다. 금감원 통합연금포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C형과 IRP의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은 각각 21.07%, 19.21%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성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DC형 2.98%, IRP 2.84%에 머물렀다. 수익률 격차가 18%포인트 이상 벌어졌음에도 DC형 전체 자산의 65.3%는 여전히 2%대 원리금보장 상품에 예치돼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펀드·연금실장은 “DC형의 경우 개인이 전적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니 원리금 보장 상품에 쏠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계약형 구조에서 금융기관은 단순히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배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사업자가 직접 선정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등을 통해 금융기관이 책임지고 수익률을 높이는 적극적인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입자 간 수수료 부담 비율 차이도 과제다. 올해 공시된 주요 금융사의 비대면 개인형퇴직연금(IRP)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는 0~0.1%대 수준이다. 하지만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 과정에서 펀드 총보수 등 숨은 간접비용이 차감돼 실제 부담은 더 크다. 실제 명시적 수수료에 펀드 보수 등을 합친 총비용부담률은 대기업이 주로 가입하는 DB의 경우 2024년 기준 평균 0.388%에 그친 반면, 개인이 직접 굴리며 자산 규모가 작은 DC는 0.539%로 집계됐다.
남 실장은 “제도 관리나 서비스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존재해 자산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장이나 개인일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원가 구조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수수료 인하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금융사들이 받는 수수료 비용에 걸맞게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실질적인 수익률 제고로 보답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취업해도 못 갚는 학자금 800억 넘어 역대 최대
취업에 성공해도 대학생 때 빌린 학자금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청년 비율이 지난해 20%에 육박하면서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등 고용불안과 생활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청년층의 지갑사정이 악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ICL) 의무 상환금액은 4198억원으로 이 중 813억원이 미상환됐다. 미상환 금액이 800억원을 넘긴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인원 기준으로 보면 상환대상자 31만9648명 중 5만7580명이 ICL을 제때 갚지 못해 체납했다. ICL 미상환 인원·금액 비율은 각각 18.0%, 19.4%로 2012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ICL은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빌려주고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하면 원리금을 갚도록 한 제도로, 연간 소득금액이 기준소득 1752만원(2024년 기준)을 넘으면 상환대상자가 된다.
아예 취업하지 못하거나 일자리에서 밀려나 상환 자체를 유예하는 청년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환유예 금액은 242억원으로 2020년(110억원) 대비 약 2.2배로 늘었다. 인원 기준으로도 7962명에서 1만4527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실업·폐업·육아휴직 등’ 사유의 유예자가 2020년 6871명에서 2024년 1만2158명으로 늘었다. 유예 금액도 97억원에서 200억원으로 103억원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층의 고용불안, 생활비 지출 상승 등 상환 여건이 악화하면서 의무상환대상자의 미상환비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상환기준소득 상향과 상환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스피 50.25P 하락 마감...5800선 지켜 반등 기대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결렬 소식에 코스피는 13일 뒷걸음질쳤다. 다만 개인 매수세로 낙폭을 최소화하며 ‘육천피’(코스피 6000) 재진입 기대감을 유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0.25포인트(0.86%) 내린 5808.6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560억원, 702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7500억원을 순매수하며 맞섰다.
코스피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호르무즈해협 개방 문제와 이란 핵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 속에 결렬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5800선을 지켜낸 점은 향후 증시 반등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스닥은 오히려 전장 대비 6.21포인트(0.57%) 오른 1099.84로 거래를 마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국의 1차 협상 결렬 소식이 외국인 수급 불안을 재차 유발할 수 있겠으나 전쟁 리스크 자체는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집계일인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역대 가장 많은 16조255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빌려온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금액으로, 통상 이 잔고가 늘었다는 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6.8원 오른 1489.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자 지난 8일 하루 만에 33.6원 내리며 1470.6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협상 결렬 소식에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국내 증시가 급등하며 하루 평균 주식거래자금 결제규모는 10조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간한 ‘202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금융망의 주식거래자금 결제규모는 일평균 10조5000억원으로 전년(7조2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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