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왕이 만난 김정은…이해관계로 재편되는 북·중 관계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조채원 기자 chaelog@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이번 면담으로 소원했던 북·중 관계는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물류·인적 교류가 막 재개된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한층 진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중(북중) 관계는 양당·양국 인민의 뜻과 바람에 따라 새로운 높이로 올라섰다”며 “조선은 당 9차 대회가 확립한 웅대한 청사진을 계기로 삼아 중국과 함께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전략적 소통을 긴밀히 할 용의가 있다”며 관계 심화·발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10일 평양 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왕이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10일 평양 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왕이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우리가 아는 북·중 관계 이미지는 한국전쟁 참전을 통해 피로 맺어진 ‘혈맹’이다. 이번 왕 부장 방북에서 오간 말도 그렇다. 지난 9일 6년 7개월 만에 평양을 찾은 왕 부장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중조관계를 피로 맺어진 전통적 우의”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최 외무상 “공동의 사회주의 제도와 우호적 전통에 기반한, 깊고 단단하며 지속 가능한 관계”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북·중관계를 역사 속에서 들여다보면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연구보고서 ‘시진핑 시기 북·중관계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북·중 관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표면적인 우호협력과는 달리 사실상 다양하고 복잡한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한다.

 

◆ 한·중수교의 충격…‘혈맹’에서 ‘우호’로

 

탈냉전기 북·중관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는 1992년 8월 한·중수교로 꼽힌다. 이를 기점으로 북·중관계는 ‘혈맹’에서 ‘전통 우호관계’로, 나아가 국가이익에 기반한 현실적 관계로 재편됐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으로선 1978년 중국 개혁개방 정책 이후 경제 발전을 위해 서방 및 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 확대가 필요했던 한편 북한의 상대적 중요성은 감소했던 시점이었다. 한국 정부 역시 기존의 반공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과 수교 확대가 이어졌던 때다.

 

북한은 1993년 4월 베이징발 평양행 중국민항기의 평양항로를 폐쇄시키고, 베이징행 조선민항 여객기 운항도 1∼2주에 한 번 정도로 줄이는 등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대만의 핵폐기물 수입 추진 등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자극하는 행보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북한의 강한 반발에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감 심화와 국가생존에 대한 위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북중동맹조약의 공고성이 훼손되었다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북핵 문제로 흔들린 북·중…갈등과 관계복원 반복

 

한·중수교 이후 북중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조성하는 핵심 이슈는 북한 핵문제였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핵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국제적 고립으로 경제난이 심화하자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다시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10월 1차, 2009년 5월 2차, 2013년 3차, 2016년 1월 4차 핵실험마다 대북제재내용을 담은 유엔(UN)안보리 결의안에 참여하는 등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북중 관계는 수 차례 부침을 겪는다. 비핵화와 평화·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이른바 ‘한반도 3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해 온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보유 시도는 용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북한 역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동참하며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데 강한 불만과 경계심을 표출했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는 북·중 관계 복원과 재조정기로 평가된다. 2018~19년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차에 걸친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정상외교는 다시 복원됐다. 북한은 중국을 경제적 지원과 체제 안정의 후원 기반으로 활용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 중국 역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고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북중 간 국경이 봉쇄되면서 양국 간 고위급 대면 교류가 중단되고 북·중 간 무역 규모도 급감한다. 봉쇄 해제 이후에도 중국의 제한적 경제 지원과 대북제재 이행 기조가 유지되면서 양국 관계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안보 협력을 확대하며 외교적 공간 다변화에 나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 역시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가 ‘전통적 우의’란 수사와 달리,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해온 관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9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9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북·중 사전 조율 가능성도

 

왕 부장의 방북은 최근 북·중 교류 재개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 북·중 관계 복원 신호탄을 쐈다. 같은 달 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10월엔 리창 총리가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다. 올해 1~2월 북·중 교역액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는 베이징과 평양 간 국제 여객열차와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는 등 교류 정상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방북은 주목된다. 한반도 문제가 회담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중이 사전 조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고, 미·중 경쟁 구도 속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경제제재 완충과 체제 안정,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오피니언

포토

혜리, 4월부터 혼자 여름…늘씬 뷔스티에 원피스 패션
  • 혜리, 4월부터 혼자 여름…늘씬 뷔스티에 원피스 패션
  • [포토] 앤 해서웨이 '아름다운 미소'
  • 악뮤 이수현 '우아하게'
  • [포토] 김고은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