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가문의 와인·음식 문화가 큰 영향
영화로 번 막대한 자금 와이너리 설립 투자
20년 걸쳐 나파밸리 위대한 유산 ‘잉글눅’ 재건
소노마에 ‘와인 원드랜드’ 코폴라 와이너리 설립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영화 ‘대부(The Godfather)’ 시리즈는 와인이 단순한 소품을 넘어 가족, 전통, 결합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대부1’에서 비토 콜리오네(말론 브란도)의 오랜 측근 클레멘자(리처드 카스텔라노)가 소스를 만들며 와인을 붓거나, 가족 모임마다 레드 와인이 놓여 있는 장면은 이탈리아인의 뿌리와 전통을 잘 보여줍니다. 코폴라 감독이 와인을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이유는 와인이 이탈리아인들의 삶에서 차치하는 비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칠리아에 뿌리를 둔 가문의 후손으로 어릴 때부터 와인을 즐기는 문화 속에서 자랐습니다. 와인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코폴라 감독은 영화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아예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Francis Ford Coppola Winery)입니다.
◆와인을 사랑한 코폴라
코폴라 감독의 할아버지 아고스티노 코폴라(Agostino Coppola)는 금주법 시대에도 뉴욕 아파트 지하에서 직접 와인을 빚었습니다. 당시 상업적 와인 생산은 금지됐지만 자가 소비용으로 가구당 일정량의 와인 제조가 허용되었는데, 코폴라 가문은 이를 통해 이탈리아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어린 코폴라는 할아버지가 와인을 만들고 가족들이 식탁에서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의 가정에서 와인은 ‘술’이라기보다 ‘음식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코폴라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나는 집에서 와인이 없는 저녁 식탁을 본 적이 없다. 나에게 음식과 와인은 사람들을 교감하게 하고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대화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나 와인을 만드는 방식 모두 사람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다”라고 회고합니다.
이런 기억은 훗날 그가 ‘대부’를 만들 때 결정적인 영감을 줍니다. ‘대부’ 1편 초반부 비토의 딸이자 마이클(알 파치노)의 여동생 코니(탈리아 샤이어)의 야외 결혼식에서부터 와인이 등장합니다. 테이블마다 레드 와인이 가득 담긴 피처가 놓여 있고, 하객들은 끊임없이 와인을 마시며 춤을 춥니다. 이 장면은 이탈리아 가문의 결속과 즐거움을 상징하며, 특히 클레멘자가 춤을 춘 뒤 목을 축이기 위해 피처를 통째로 들고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은 유명합니다.
긴장감을 극대화는 장면에도 와인이 등장합니다. 마이클이 부친 비토를 암살하려했던 솔로초와 맥클러스키를 식당에서 총으로 저격하는 장면입니다. 테이블 중앙에 와인이 놓여 있고 웨이터가 코르크를 열고 와인을 따르는 동안 흐르는 정적은 폭발 직전의 긴장감을 한계까지 몰고 갑니다.
1편 후반부 비토와 마이클이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와인은 중요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두 사람은 레드 와인을 홀짝이며 가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비토는 “예전보다 와인 마시는 게 좋아지는구나. 어쨌든, 더 많이 마시게 돼”라고 말하자 마이클은 “아버지, 그게 건강에 좋아요”라고 답합니다. 거물이던 아버지가 평범한 노인이 돼 아들과 교감하는 인간적이고 서글픈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한편으로는 가문의 유산과 책임이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와인을 통해 보여줍니다.
◆‘와인 원더랜드’ 일구다
코폴라 감독은 영화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을 바탕으로 1970년대부터 와인 사업에 뛰어듭니다. 바로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유서 깊은 유산, 잉글눅(Inglenook)의 재건입니다. 그는 1975년 나파 밸리 러더포드(Rutherford) 지역의 잉글눅 에스테이트 일부(약 1560에이커 )를 구입합니다. 당시 그는 가족과 쉴 여름 별장을 찾던 중이었지만 이 땅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알게되면서 직접 와인을 생산하기로 결심합니다. 잉글눅은 1879년 구스타브 니밤(Gustave Niebaum)이 세운 와이너리로 한때 미국 최고의 와이너리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코폴라가 인수할 당시에는 소유권이 조각나고 브랜드 이름조차 대기업에 팔려 저가 와인 브랜드로 전락한 상태였습니다. 코폴라는 끈질긴 노력 끝에 20년 만인 1995년 역사적인 잉글눅 샤토(Chateau) 건물과 나머지 포도밭을 모두 사들였고, 마침내 2011년에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잉글눅 상표권까지 완전히 되찾아 원래의 이름을 복원하는대 성공합니다. 그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의 양조 책임자였던 필립 바스콜(Philippe Bascaules)을 영입해 잉글눅 와인의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대표 와인이 플래그십 ‘루비콘(Rubicon)’입니다.
코폴라 감독의 와인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와인 원더랜드’로 확장됩니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입니다. 그는 2006년 소노마 카운티 기셔빌(Geyserville)에 있는 샤토 수베랑(Chateau Souverain) 부지를 인수, 단순히 와인을 시음하는 곳을 넘어서 수영장, 레스토랑, 영화 박물관 등을 갖춰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만듭니다. 특히 레스토랑러스틱(Rustic)이 유명합니다.
방문객들은 코폴라의 개인 아카이브에 보관된 기념품들을 따라 그의 영화 인생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셀프 가이드 투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바로 눈앞에서 감상하고, 지옥의 묵시록에서 킬 고어 중령이 아끼던 서프보드를 살펴보며, 대부 속 돈 콜레오네의 책상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길 수 있습니다. 또 1948년식 터커 토피도(Tucker Torpedo) 자동차의 아름다움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대부 3부작>, <터커>, <원 프롬 더 하트>,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코폴라 감독의 2024년 최신작 <메갈로폴리스>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 작품과 역사적인 수상 기록도 만납니다.
코폴라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컬렉션(Diamond Collection)과 영화적 감성을 담은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시리즈 와인을 생산해 영화에 이어 와인에서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코플라 감독은 잉글눅은 계속 소유하고 있지만 코폴라 와이너리는 2021년 미국의 대형 와인 기업인 델리카토 패밀리 와인즈(Delicato Family Wines)에 매각합니다. 매각 후에도 코폴라 감독은 델리카토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디렉터스 컷·다이아몬드 컬렉션 레이블
코폴라 와인은 아영FBC에서 수입합니다. 조에트로프(Zoetrope)를 담은 디렉터스 컷의 독특한 레이블이 눈길을 끕니다. 디렉터스 컷은 코폴라 감독이 영화와 와인의 예술적 결합을 상징하기 위해 만든 특별한 와인 시리즈입니다. 와인 이름은 영화가 발명되기 전 사용됐던 초기 애니메이션 장치인 조에트로프에서 따왔습니다. 그리스어로 ‘생명의 바퀴’를 뜻하는 조에트로프는 원통 내부의 그림이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 제작사를 ‘아메리칸 조에트로프(American Zoetrope)’라고 명명할 만큼 이 장치에 애착이 깊었으며, 이를 와인 레이블 디자인에도 도입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합니다.
레이블에는 움직이는 그림의 연속동작인 조에트로프 스트립 이미지가 삽입돼 있습니다. 각 빈티지나 품종마다 다른 조에트로프 애니메이션 패턴이 그려져 있어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디자인은 코폴라 감독에게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그가 평생 바쳐온 영화 예술과 양조 기술이 만나는 접점을 상징합니다. 실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 박물관에는 그가 소장한 조에트로프 장치들과 영화 소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가성비 높은 대중적인 시리즈 다이아몬드 컬렉션 레이블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컬렉션의 상징적인 금색 망과 화려한 보석 같은 색상의 레이블은 코폴라 감독이 어린 시절 경험한 이탈리아 와인들의 향수에서 시작됐습니다. 과거 이탈리아의 고급 와인들은 병이 바뀌거나 위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색 와이어 망으로 병을 감싸곤 했습니다. 코폴라 감독은 이 전통적인 디자인이 주는 품격과 신뢰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레이블에 투영했습니다. 특히 보석의 이름을 딴 시리즈 블랙 다이아몬드, 블루 레이블, 골드 레이블 등에 맞춰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을 사용해 소비자가 와인 종류를 색상으로 쉽게 구분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패턴과 메탈릭한 질감의 레이블은 캘리포니아 전역의 우수한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를 블렌딩해 일관된 품질을 제공한다는 브랜드의 약속을 시각화했습니다. 코폴라는 와인병 자체가 식탁 위의 장식품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다이아몬드 컬렉션의 레이블은 마치 영화 포스터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도록 설계됐습니다.
◆코폴라 대표 와인과 한식
최근 한국을 찾은 델리카토 패밀리 와인 총괄 셰프 팀 보델(Tim Bodell)이 코폴라 와인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한식 메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30년 경력의 팀 보델은 2011년부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 레스토랑인 러스틱(Rustic)의 주방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뉴욕에 있는 요리·미식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 제임스 비어드 하우스(James Beard House)에 두 차례나 초청받아 요리를 선보인 실려파입니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샤르도네
사과, 복숭아, 배, 살구, 멜론, 파인애플 향이 지배적입니다. 상큼한 시트러스와 오크 숙성이 주는 바닐라, 구운 아몬드, 카라멜, 크림 브륄레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과 적당한 바디감을 지녔고 실키하고 긴 여운으로 마무리됩니다. 클래식한 미국식 샤르도네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팀 보델의 도미 크루도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버터에 구운 연어나 레몬 소스를 곁들인 연어 구이, 버터로 팬에서 익힌 관자 구이, 찐 바닷가재나 대게 찜에 녹인 버터를 찍어 먹는 요리, 허브와 레몬으로 풍미를 낸 로스트 치킨, 베이컨과 버섯이 들어간 까르보나라나 투움바 파스타, 고소한 치즈와 생크림을 듬뿍 넣은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코폴라 디렉터스 컷 샤르도네
잘 익은 배, 구아바, 파인애플의 열대 과일 향이 풍부하며, 오크 숙성에서 오는 은은한 바닐라와 갓 구운 토스트의 향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입안을 감싸는 풍부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사과와 감귤류의 산미가 중심을 잡아주며, 끝에서는 버터스카치와 은은한 정향의 복합적인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소노마 카운티 러시안리버밸리의 샤르도네를 주로 사용합니다. 팀 보델은 잘 어울리는 메뉴로 조개 보리 리조또를 선보였습니다.구운 연어 스테이크, 크림 소스를 곁들인 관자 요리, 버터 구이 랍스터, 로스트 치킨, 부드럽게 조리한 돼지 안심 스테이크, 버섯 크림 파스타, 트러플 오일을 가미한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피노누아
야생 딸기, 체리, 라즈베리의 신선한 붉은 과실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뒤이어 장미 꽃잎과 은은한 바닐라, 구운 향신료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입안에서는 가볍고 섬세한 타닌과 적절한 산도가 조화를 이룹니다. 잘 익은 과일의 풍미가 부드럽게 펼쳐지며, 끝맛은 오크 숙성에서 오는 살짝 매콤한 정향과 가죽의 풍미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팀 보들은 닭가슴살 요리를 페어링했습니다. 구운 오리 가슴살 요리,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은 돼지 안심 스테이크, 가벼운 양갈비 구이, 연어 구이 또는 참구이와 같이 기름진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클라렛(Claret)
‘클라렛’은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부르는 전통적인 명칭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 카베르네 프랑, 말벡 등을 블렌딩합니다. 나파밸리, 소노마, 엘도라도 카운티 등 다양한 지역의 포도를 사용합니다. 블랙베리, 자두, 블루베리의 풍부한 과실 향이 지배적이며, 아니스, 정향과 같은 향신료와 구운 오크, 바닐라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집니다. 입안에서는 블랙 커런트와 라즈베리,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탄탄한 구조감을 갖췄고 긴 여운에서는 모카와 캐러멜의 달콤한 힌트가 남습니다. 팀 보들은 닭가슴살 요리를 페어링했습니다. 소갈비 구이, 로스트 비프, 스테이크, 양고기 커틀렛, 포르치니 버섯을 넣은 풍미 진한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코폴라 디렉터스 컷 카베르네 소비뇽
블랙베리, 체리, 블루베리의 풍부한 과실 향이 선명하게 느껴지며, 뒤이어 정향, 바닐라, 약간의 가죽과 구운 오크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디감이 묵직하며, 잘 짜인 탄탄한 타닌이 구조감을 형성합니다. 검은 과실의 풍미와 에스프레소,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길고 우아한 여운을 남깁니다. 페어링한 팀 보들 메뉴는 진갈비입니다. 두툼한 안심 또는 등심 스테이크, 양갈비 구이, 소고기 찜, 야생 버섯을 곁들인 요리, 블루 치즈 소스를 얹은 버거와 잘 어울립니다.
▶블랙 스탈리온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현재 코폴라를 소유한 델리카토 패밀리 와인즈(Delicato Family Wines)가 소유한 블랙 스탈리온 에스테이트 와이너리(Black Stallion Estate Winery)가 생산하는 대표 와인입니다. 블랙베리, 블랙 커런트, 다크 초콜릿의 진한 향과 함께 향신료, 말린 허브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풀 바디의 묵직한 바디감과 잘 익은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이며, 바닐라와 구운 오크의 풍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티본 스테이크, 양갈비 구이, 로스트 비프와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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