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검토에 국회 앞 3만명 운집
20~40대 주도… 참여자 증가세
“9조 개정 땐 전쟁 휘말려” 강조
방위력 강화에도 비판 목소리
마이니치 “韓 평화 집회 참고”
지난 8일 오후 7시30분 도쿄 국회의사당 앞. 중앙 단상에서 울려 퍼지는 묵직한 베이스, 드럼 리듬과 주최 측 선창에 맞춰 집회 참가자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시위가 아니라 콘서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2024년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 일본의 이날 헌법 수호 시위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집회를 참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사진) 일본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자위대 명기’ 등을 위한 개헌에 의욕을 나타내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맞은편 길모퉁이에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로 만든 단상 주변은 수백명이 들어가기에도 벅차 보일 정도로 좁았지만, 양옆으로 이어진 인도가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건너편 인도를 포함해 국회 인근 곳곳에서도 야광봉이 넘실거렸다.
20∼40대가 주도해 만든 ‘위 원트 아우어 퓨처’(WE WANT OUR FUTURE),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담은 안보 법안을 추진할 당시 결성된 시민단체 연합체 ‘헌법 9조를 부수지 말라! 실행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약 3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2월20일 시정연설에서 국회에 ‘개헌안의 조속한 발의’를 촉구한 뒤 시작된 이 집회의 참여 인원은 2월27일 3600명, 3월10일 8600명, 3월25일 2만4000명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마침 자민당이 9일부터 매주 중의원(하원) 헌법심사회를 열어 개헌안 초안 검토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 조간신문에 실린 이날 이곳 외에도 전국 137곳에서 연대 집회가 열렸다. K팝 팬이라는 모니(22)씨는 엑스(X)를 통해 ‘전쟁이 나면 지키기 어려워지는 소중한 것을 들고나오자’며 오사카 우메다역 앞 집회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최애 아이돌이 다국적 그룹인데,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그룹의 존속도 불투명해지고 일본 공연도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정치가 가까운 일이 됐다”며 “20대들도 안심하고 전쟁 반대를 호소할 수 있는 장을 오사카에도 만들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도쿄 집회 참가자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헌법 9조를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느냐”며 “개헌은 일본을 전쟁에 휘말리게 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등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른바 평화헌법의 핵심으로 꼽힌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는 전직 교사는 단상에 올라 “할아버지는 전쟁 때 살해당했고 어머니의 동생은 나가사키 원폭으로 즉사했다. 군인이었던 삼촌은 중국에서 생포한 포로를 해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며 “전쟁에서 인간은 잔인하다. 전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도 마이크를 잡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지키자”며 한·일 시민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최 측은 헌법 전문과 9조 등을 낭독하기도 했다. 특히 ‘일왕 또는 섭정 및 국무대신, 국회의원, 재판관을 비롯한 공무원은 이 헌법을 존중하고 옹호할 의무를 진다’는 99조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국회를 향해 함성을 질렀다.
이날 집회에서는 방위장비 수출 규제 완화, 비핵 3원칙 재검토, 스파이방지법 제정 등 다카이치 내각이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내세우며 추진 중인 다양한 안보 현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40대 여성 참가자는 NHK방송에 “분수령이 되는 시기에 내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나를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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