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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봉 탕탕!’… 법원은 이 장면이 싫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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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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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의 핵심은 돌잡이다. 돌잔치 당일 상 위에 여러 물건을 갖다 놓고 주인공인 아기로 하여금 하나를 고르게 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런데 돌잔치 상에 오르는 물품들 중에는 법관이 재판 때 쓴다고 해서 ‘법봉’(法棒) 또는 ‘판사봉’이라고 불리는 나무 망치도 있다. 이것을 잡으면 나중에 우수한 성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법관이 된다고 해서 어른들이 무척 좋아한다. 과연 그럴까.

의사봉. 행정부의 국무회의,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 등에서 개회, 의안 상정, 가결, 부결, 폐회를 선언할 때 쓰인다. 이를 ‘법봉’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법원은 법정에서 의사봉 같은 나무 망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
의사봉. 행정부의 국무회의,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 등에서 개회, 의안 상정, 가결, 부결, 폐회를 선언할 때 쓰인다. 이를 ‘법봉’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법원은 법정에서 의사봉 같은 나무 망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

과거 우리나라 법원도 판사가 법정에서 법봉을 사용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점차 이용을 중단하면서 현재는 사법부에서 완전히 퇴출된 물건이다. 그런데도 법원 또는 재판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는 여전히 법봉이 등장한다.

 

이 같은 ‘법봉 탕탕탕’ 장면에 대해 대법원은 “재판이 끝났음을 시각적·청각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연출일 뿐”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 법정에서는 법관이 ‘판결을 선고합니다’라고 말한 뒤 주문(主文)을 낭독하는 것으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정작 나무 망치가 쓰이는 곳은 행정부의 국무회의 그리고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 등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사용하는 나무 망치는 보통 ‘의사봉’(議事棒)으로 불린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2025년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던 윤호중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법봉보다 국민이 위임한 입법부의 의사봉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3년 12월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이 법률안 통과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3년 12월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이 법률안 통과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풀이됐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법봉을 의사봉과 비교했으니 사법부 입장에서는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 공식 블로그에 ‘법봉 탕탕! 우리나라 재판에서는 왜 법봉을 안 쓸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법봉의 퇴출에 대해 “권위적 상징보다는 법과 절차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굳이 ‘권위적 상징’이란 표현을 쓴 점은 법봉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을 사법부도 충분히 알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법봉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공정한 재판과 국민의 신뢰라는 본질적 가치로 채워졌다”며 “대법원은 국민의 신뢰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약속이 꼭 이행되길 고대한다. 아울러 정치권도 더는 사법부를 흔드는 행태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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