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거리는 봄꽃의 물결로 출렁인다.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연둣빛 새순이 그 자리를 채운다. 식목일을 갓 지난 이맘때면 겨우내 비어 있던 베란다 화분을 정리하거나 눈에 띄는 꽃 화분 하나를 덜컥 사 들고 오는 일이 잦다. 봄기운에 취해 들이긴 했지만 식물을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섬세한 관심을 요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조심스러운 순간은 바로 ‘분갈이’를 할 때다.
식물에 분갈이는 생존을 건 모험이다. 더 넓은 곳에서 자라라고 혹은 영양분이 풍부한 새 흙을 만나라고 옮겨 심지만, 정작 식물 입장에서 그것은 뿌리가 허공에 드러나는 공포이자 익숙한 흙냄새와 작별하는 스트레스다. 그래서 원예 전문가들은 분갈이 직후에는 비료를 주지 말라고 당부한다. 뿌리가 낯선 흙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는데 빨리 자라라는 욕심에 거름을 부으면 오히려 뿌리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바람이 잘 통하는 반그늘에 두고, 뿌리가 새 흙을 움켜쥘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는 물주기만이 최선이다.
우리 곁의 이주민들을 떠올려본다. 4월의 꽃구경 인파 속에서, 동네 마트나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는 낯선 언어나 외모를 가진 이들을 종종 마주한다. 그들은 본래의 땅을 떠나 이 낯선 한국 사회라는 화분에 뿌리를 뻗은 존재들이다. 어떤 이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어떤 이는 사랑을 찾아, 또 어떤 이는 생존을 위해 이 고단한 이식(移植)을 감행했다.
때로 우리는 이들이 너무 서둘러 익숙해지기를 기대하곤 한다. 새로운 흙에 온전히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어서 이 사회에 걸맞은 예쁜 꽃을 피워 주기를 바라곤 한다. 잘 자리 잡기를 바라는 응원이었을지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미처 소화하기 힘든 진한 거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잠시 움츠러든 모습은 분갈이 직후 새 흙에 적응하느라 잎을 떨구는 식물의 자연스러운 몸살과 같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잔뿌리를 내리고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서 지켜봐 주는 따뜻한 기다림 아닐까.
건강한 숲은 서로 다른 나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다양성이라는 말은 거창한 구호 속에 있지 않다. 튤립에 장미처럼 붉어지라고 강요하지 않고, 소나무에게 벚나무처럼 화려해지라고 다그치지 않는 것. 단지 그들이 뿌리 내린 흙이 척박하지 않도록 돌을 골라내고 물길을 터주는 것. 그것이 먼저 이 땅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숲을 지켜온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일 테다. 봄볕이 좋은 날이다. 사람도 식물도 낯선 곳에 뿌리 내리기 참 좋은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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