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들, ‘민원 후견인’ 자처
경찰청, 소방청, 국가기록원, 통일부 등에 수십 차례 확인
유족 기억 단서로 ‘소방관’ 명시 문서 확보…정부 기록 파악
여섯 살 소년의 기억 속 아버지는 1950년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납북된 아버지는 남겨진 가족에게 그리움인 동시에, 때로는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해를 불러온 주홍글씨였죠.
그렇게 76년이 흘렀습니다. 소년은 어느덧 여든을 넘긴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여전히 가슴 속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죽기 전 아버지의 흔적을 단 한 줄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전국의 공공기관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차가웠습니다. ‘자료 없음’. 형식적 회신과 무관심한 공무원의 태도는 노인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겼습니다.
경기 수원시 연무동에 거주하는 최윤한(82)씨의 사연입니다. 최씨의 요즘 삶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습니다.
가슴에 묻어둔 아버지 최호철(1917년생)씨의 납북 전 행적을 확인한 덕분입니다.
◆ 납북 혹은 월북?…가족에게 ‘주홍글씨’
숨겨진 사연이 궁금하시다고요?
80대 최씨가 76년 만에 아버지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기까지는 수원시 ‘새빛민원실’의 적극행정이 자리합니다.
수원시는 100만 넘는 시민들의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민선 8기 들어 새빛민원실을 출범했습니다. 딱딱한 관공서 느낌을 버리고 실내 정원과 카페테리아가 있는 개방형 공간을 갖춘 뒤 경력 20년 넘는 ‘베테랑 팀장들’을 임명했습니다. 이곳에선 건축·환경·행정·복지 등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팀장들이 직접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복잡한 문제를 정리해 부서 간 협업를 주도합니다.
고질적 병폐인 ‘민원 핑퐁’을 없애기 위해서였죠. 덕분에 2024∼2025년 적극행정 기초지방자치단체 분야에선 1위인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최씨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지난해 6월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새빛민원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곳에서 만난 김영덕·김남현·구원서 팀장은 이전 공무원들과 달랐습니다. 노인의 두서없는 얘기에 귀 기울이다가 ‘민원 후견인’을 자처했죠.
경찰청, 소방청, 국가기록원, 통일부 등 유관 기관에 수십 차례 사실 조회를 요청하며 거미줄처럼 얽힌 기록의 실타래를 풀어갑니다. 드디어 납북 전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다는 한 줄의 단서를 통해 통일부에서 결정적 단서가 도착합니다. 정부가 이미 최씨의 아버지를 납북자로 공식 인정한 기록과 납북 당시 직업이 ‘소방관’으로 명시된 문서를 확보한 겁니다. 가족들의 생전 기억이 사실로 증명된 순간이죠.
◆ 기념관 추모비에 새겨진 이름…‘명예소방대원’ 위촉
지난해 9월에는 새빛민원실 팀장들이 상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파주의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방문해 전시관 벽면과 야외 추모비에 새겨진 최씨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최씨는 차가운 돌비석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수원시의 적극행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팀장들은 경기소방재난본부와 수원소방서를 설득해 지난달 최씨의 아버지를 ‘명예의용소방대원’으로 위촉했죠. 유가족에게는 70여년의 세월을 보상하는 위촉장과 감사패가 전달됐습니다.
최씨는 이재준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던 길을 함께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국가와 사회가 한 사람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심을 느꼈다.”
행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원시 새빛민원실이 보여준 이번 사례는 가장 따뜻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자료가 없다’는 서류상의 한계를 넘어, 시민의 깨진 마음을 이어 붙인 겁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베테랑 행정’의 모습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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