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전 영국의 ‘유화 정책’ 우회적 비판
스타머 “영국은 결코 전쟁 휘말리지 않을 것”
이란 전쟁 발발 후 영국 정부와 사이가 틀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1937∼1940년 재임)를 소환했다. 미국에 비협조적인 키어 스타머 현 총리를 1930년대 나치 독일을 상대로 ‘유화 정책’(appeasement policy)을 편 체임벌린에 비유한 것이다. 영국 정부를 겨냥해 모욕을 가한 셈인데, 이달 말로 예정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미가 과연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6일(현지시간) 영국 PA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기념 행사 도중 기자들과 이란 전쟁을 주제로 일문일답을 나눴다. 영국 정부를 겨냥해 “갈 길이 멀다”고 꼬집은 트럼프는 “우리는 또 다른 체임벌린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임벌린은 1937년 총리 취임 후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유화 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독일은 아돌프 히틀러 총통의 지휘 아래 군비를 대폭 확충하며 이웃 나라들의 안보를 위협했다. 1937년 오스트리아를 합병해 독일의 일부로 만든 데 이어 1938년에는 체코를 향해 “독일계 주민이 많이 사는 주데덴란트를 할양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체코 문제를 놓고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4국 정상이 독일 뮌헨에 모여 이른바 ‘뮌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체임벌린은 ‘전쟁은 결코 안 된다’는 전제 아래 독일의 요구 수용을 주장했다. 뮌헨 협정에 따라 주데텐란트는 독일로 넘어갔고, 히틀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당시 영국 국내에선 체임벌린의 정적(政敵)인 윈스턴 처칠이 뮌헨 협정을 강력히 성토했다. 체임벌린의 유화 정책에 더욱 기고만장해진 독일은 1939년 영국·프랑스의 만류에도 폴란드를 침공하며 결국 2차대전을 일으켰다. 유화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체임벌린은 1940년 5월 총리직을 처칠에 넘겨주고 스스로 물러났다.
약 1개월 전 트럼프는 “지금 영국엔 윈스턴 처칠이 없다”고 탄식한 바 있다. 체임벌린에게서 총리직을 넘겨받은 처칠은 1945년 7월까지 재직하며 굳건한 영·미 동맹을 구축했고, 그 결과 독일의 항복을 받아내며 2차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끌었다.
트럼프의 발언을 분석하면 오늘의 이란을 나치 독일, 스타머를 체임벌린에 각각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머가 체임벌린처럼 전쟁이 두려워 대(對)이란 군사 작전에서 발을 뺴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28일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사망 당시 86세)를 제거한 첫 공습 이후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국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를 비난해 왔다.
하지만 ‘체임벌린 말고 처칠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힐난에도 스타머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이란 전쟁이 어느덧 6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스타머는 “나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영국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7∼30일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부부가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영국 국내에선 “이런 시기에 왜 국왕이 트럼프 비위나 맞춰고 있어야 하느냐”며 방미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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