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수천 쌍의 쌍둥이 추적
유전과 환경이 미친 영향 등 분석
“유전은 인간 기본 설계도와 같다
교육은 그 잠재력 발현 돕는 과정”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 안도 주코/ 허영은 옮김/ 알레/ 2만2000원
“왜 같은 노력을 하고 같은 교육을 받았는데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가.” “인간의 능력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일본의 행동유전학자 안도 주코의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는 이 오래된 질문에 정면으로 답을 시도하는 책이다.
저자는 30여년간 수천 쌍의 쌍둥이를 추적 조사하며, 유전과 환경이 인지 능력과 성격, 학업 성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왔다.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는 “유전은 우리를 지배하지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책에는 일란성 쌍둥이의 유사한 삶의 궤적, 사회계층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 그리고 폴리제닉 스코어 연구(개인의 DNA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이를 기반으로 특정 형질이나 질병 위험을 수치로 계산하는 것)까지 폭넓게 소개된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 역시 중요한 축을 이룬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쌍둥이 연구다. 유전자가 동일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할 경우, 학업 성취도와 성격, 심지어 직업 선택까지 크게 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한 쌍둥이는 부모의 적극적인 교육 지원 속에서 독서와 토론 중심의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한 쌍둥이는 상대적으로 방임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전자는 대학에 진학해 전문직에 종사한 반면, 후자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걸었다. 같은 유전자라도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가 놀라울 만큼 비슷한 취향과 습관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직업을 선택하거나, 취미와 소비 패턴까지 닮아 있는 사례는 유전의 힘을 강하게 시사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유전은 인간의 기본 설계도와 같다”고 설명한다. 설계도가 비슷하면 결과물 역시 일정 부분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는 언어 환경 연구가 제시된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대화량이 많은 아이일수록 어휘력과 사고력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하루 평균 대화량이 많은 가정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서 수천 개 이상의 어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교육이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일상 속 상호작용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교육 효과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비슷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집중적인 사교육을 받을 경우 단기적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교육이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무한히 확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교육은 ‘창조자’라기보다 ‘증폭기’에 가깝다.
음악과 스포츠 영역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드러난다. 절대음감을 지닌 아이들 상당수가 음악적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모든 음악가의 자녀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반복적인 훈련과 환경적 지원을 통해 뛰어난 연주자로 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타고난 신체 조건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체계적인 훈련과 코칭이 없다면 그 잠재력은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종합해 “유전은 가능성의 범위를 정하고, 교육은 그 범위를 어디까지 실현할지를 결정한다”고 정리한다. 예컨대 키가 클 유전적 가능성을 지닌 아이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를 겪을 수 있다. 반대로 평균적인 조건을 가진 아이도 적절한 환경과 꾸준한 관리 속에서 충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교육은 바로 이 ‘가능성의 실현 과정’에 깊이 개입한다.
이 같은 메시지는 오늘날의 교육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성적과 입시 경쟁에 매몰된 사회에서는 “노력하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구호가 반복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믿음이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고도 서로 다른 결과를 얻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교육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한다. 교육은 모든 사람을 동일한 결과로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교육은 유전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유전이 그려놓은 가능성의 지도를 얼마나 풍부하게 채워갈지는 교육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환경이며, 강요가 아니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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