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다주택자는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원칙적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1일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목적으로 이런 내용의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해서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평가돼 온 막대한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기로 했다. 이날 미국·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에 코스피는 크게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도 하루만에 30원 가까이 빠졌다.
◆다주택 1.2만건 수도권 주담대 연장 못해
정부는 이달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자금줄이 막힌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관행적 다주택자 대출 연장에 문제를 제기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온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전체 만기일시상환 대출규모는 약 4조1000억원(1만7000건)으로, 이 중 올해 만기도래분은 약 2조7000억원(1만2000건)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외 규정을 함께 마련했다. 다주택자 여부 확인 시 매도계약이 체결된 주택, 어린이집 등은 주택 보유 수에서 제외한다. 주택을 즉시 매도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유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한다. 특히 임차인이 있는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임대사업자도 의무임대 기간 종료일까지 만기연장이 가능하다.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소유 주택을 올해까지 허가관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접수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내 취득하는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한다. 다주택자가 내놓는 ‘세 낀 매물’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수 있게 해 다주택자의 신속한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가계대출 받기 쉽지 않아… 3월 대출 감소
정부는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도 더 강하게 옥죄기로 했다. 총량관리 목표를 지난해 증가율(1.7%)보다 강화된 1.5%로 설정했다. 지난해 관리목표를 준수하지 못한 금융사에 대해선 페널티를 부여한다. 특히 지난해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새마을금고는 올해 가계대출 규모를 아예 늘릴 수 없다.
대출규제 위반 등 탈법·편법적 대출 행위엔 엄정 대응한다. 전 금융권의 사업자 대출 용도외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하고 즉각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 등 조치를 취한다. 적발 시엔 해당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대출을 제한하며 제한 기간도 1차 적발 시 3년, 2차 적발 시 최대 10년으로 확대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에 대해선 강화된 대출규제를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고, 주택 가격 구간별 대출 한도를 의무화해 금융권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발생을 차단한다.
정부 규제가 이어지면서 지난 달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두 달만에 감소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7290억원으로, 2월 말보다 1364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4563억원)과 올해 1월(-1조8650억원) 두 달 연속 감소한 뒤 2월에 소폭(523억) 증가했으나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610조3339억원으로 2월 말보다 3872억원 감소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2월 말 104조3120억원에서 지난 달 104억6595억원으로 넉 달 만에 3475억원 늘었다.
◆코스피 상승하고 환율은 안정
미국과 이란 대통령의 잇따른 종전 언급이 나오자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8.44%(426.24포인트) 오른 5478.70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이날 상승폭은 사상 두 번째로 컸다. 역대 코스피 상승폭 1위는 지난달 5일 기록한 490.36포인트다.
국내 5개 증권사(KB·교보·삼성·신한투자·키움)는 4월 코스피 범위를 4700∼63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은 전쟁이라는 돌발변수로 극심한 가격조정을 받았지만 연초 폭등 랠리 부담을 대부분 덜어냈다”며 “4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4700~590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중 5690~5730포인트를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단의 1차 분기점”이라며 “4월은 1분기 실적이 본격화하며 시장 변수 부상이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 전망치를 5040~630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1530원을 뚫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루 만에 15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보다 21.6원 내린 1508.7원으로 출발한 뒤 1501.3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쳤다.
금융 전문가들은 환율이 1500원 중반 이상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동 사태 전개 방향이 불확실해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원화 기초체력은 건실하기에 현 시점에서 환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다만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확신할 수 없으니, 50원 단위로 저항선이 나오는 것을 감안할 때 155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선임연구원은 “중동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더라도 현지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 등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월 수준인 1420원대로 바로 복귀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환율 하단은 상반기 안에 1400원까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1차로 환율 상단이 1550원∼1560원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며 “2월 환율이 장중 1419원까지 내려갔는데 이란 사태가 안정되더라도 2월 수준은 어렵고 1400원 후반대가 될 듯 하다”고 전망했다.
외환당국과 금융 전문가들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외환수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들 증권사에 개설된 RIA 계좌는 총 5만7000여개에 달했다. 다만 계좌 잔고는 아직 수급 개선에 기여할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RIA 누적 입고금액은 약 3300억원(KB·하나증권 제외)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미국 시장에서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총 주식 가치액 1486억달러(약 223조원)의 0.15%에 그친다. 최근 미국 증시가 지지부진해 서학개미들이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며 관망하다보니 아직 잔고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이례적으로 6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환율이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598억7825만달러로 집계돼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2월 말(658억4336만달러)보다 9.1% 감소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3월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15억1000만달러로 2월 38억5000만달러보다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수준이다. 해외주식 보관 잔액 역시 전월보다 186억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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