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에 의성어를 가지고 친구와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나는 “미얀마에서는 기차 소리를 ‘종종잭잭’이라고 해”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우리는 ‘칙칙폭폭’인데”라고 말했다. 이 대화는 서로의 표현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런데 며칠 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미얀마 닭은 ‘아욱이이웃’이라고 울어”라는 나의 말에 친구는 “이상하네. 우리나라 닭은 ‘꼬끼오’라고 우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야, 닭은 분명히 ‘아욱이이웃’이라고 울어”라고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는 “나도 이번에는 절대 아니야. 닭은 분명히 ‘꼬끼오’라고 울어”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이번에는 나도 아니야. 죽어도 나한테는 ‘아욱이이웃’이야”라고 강변했다.
이렇게 한국인 친구와의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된 논쟁 아닌 논쟁이 뜻밖의 흥미로운 문화적 발견으로 이어졌다. 기차 소리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이 의성어 싸움은 갈등을 일으키는 동시에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앞에서 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처음 논쟁의 시작은 단순했다. 한국에서는 기차 소리를 ‘칙칙폭폭’이라고 표현하지만, 미얀마에서는 ‘종종잭잭’에 가깝게 들린다는 이야기였다. 서로의 표현을 재미 삼아 놀리던 대화는 얼마 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았다. 그사이에 내가 미얀마어 의성어를 계속 언급해서 그런지 친구는 “인제 보니 기차 소리가 ‘종종잭잭’이라고 들리기도 하네”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오히려 나에게는 ‘칙칙폭폭’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소리를 두고 서로의 인식이 바뀌는 이 장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제는 닭 울음소리였다. 한국에서 닭 울음소리는 ‘꼬끼오’로 들리고 미얀마에서는 ‘아욱이이웃’으로 들린다. 이번에는 나는 끝까지 ‘아욱이이웃’이라고 우겼다. 하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의성어 논쟁에는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소리를 각자의 언어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동물의 울음소리나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의성어는 언어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강아지 소리를 ‘멍멍’이라고 표현하지만 미얀마에서는 ‘우앗우앗’이라고 표현한다. 소 울음소리도 한국어에서는 ‘음매’라고 하지만 미얀마어에서는 ‘왕베’로 표현된다. 비 오는 소리는 ‘후두둑’과 ‘다바욱바욱’으로 다르고, 천둥 치는 소리도 ‘우르릉’과 ‘제잉’으로 아주 다르다. 심지어 배가 고플 때 나는 소리조차 한국에서는 ‘꼬르륵’이지만 미얀마에서는 ‘귀귀귀’로 표현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청각 구조는 같지만 각 언어는 고유한 음운체계를 바탕으로 소리를 재구성한다. 한국어는 ‘칙’이나 ‘폭’처럼 짧고 강한 파열음을 중심으로 리듬을 만들고, 미얀마어는 더 부드럽고 반복적인 음절 구조를 통해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언어습관이 더해지면서 특정 표현이 ‘자연스러운 정답’처럼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의성어의 차이는 단순한 언어 표현의 차이를 넘어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언어를 통해 소리를 해석하고 기억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처음에는 서로의 표현이 틀렸다고 여겼지만 이제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칙칙폭폭’이든 ‘종종잭잭’이든, ‘꼬끼오’든 ‘아욱이이웃’이든 그 어느 것도 틀린 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세상의 소리를 듣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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