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민 70%에 10만~60만원의 고유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15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보험사기가 가장 많았고 모발이식을 도수치료로 둔갑시키는 등 사기유형도 다양했다. 소액주주의 권익보호 장치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 해도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된 사례가 주요 대기업 상장사에서 여럿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70%에 10만~60만원 ‘고유가 지원금’
소득 하위 70%의 국민 3256만명에게 10만∼6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또 전국민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최대 30%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정부는 3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을 의결했다.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하고 32일 만이자, 이 대통령이 추경을 처음 언급하고 21일 만에 나온 추경안이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활용해 유가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던 지난해 추경에 이어 9개월 만에 나온 이번 추경은 총 26조2000억원 규모로,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와 기금의 자체 재원을 통해 마련한다.
추경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유가 부담 완화’로 10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재원 5조원과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877억원이 포함됐다. 더불어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으로 4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추경으로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12조1709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3256만명이 대상이다.
이 밖에 취약계층과 청년,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안정’에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에 2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지방재정을 보강하기 위해 9조7000억원을 반영했고, 국채상환에 1조원을 사용한다.
◆모발이식이 도수치료 둔갑…보험사기 역대 최대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571억원으로, 전년보다 69억원(0.6%)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으로, 3245명(3.0%) 감소했다. 개별 사기 건당 금액이 커지는 고액화 양상이다.
종목별로는 자동차보험이 49.5%(5724억원)로 가장 많았고, 장기보험(39.8%, 4610억원)이 뒤를 이었다.
사기유형별로는 진단서 위·변조 등을 통해 보험금을 과장 청구하는 사고내용조작 유형이 6350억원(54.9%)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병원에서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치료비를 과장 청구하는 보험사기(273억원)가 대폭 증가(+233억원, 582.5%)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허위사고(20.2%, 2342억원), 고의사고(15.1%, 1750억원) 순으로 적발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만3346명(22.1%)으로 가장 많았다. 60대(19.9%, 2만1041명), 40대(19.1%, 2만230명), 30대(18.1%, 1만9143명), 20대(12.0%, 1만2732명)가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반면 20대는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감소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직업별로는 회사원(보험 외)이 2만4313명(23.0%) 적발돼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무직·일용직(12.1%, 1만2820명), 주부(9.2%, 9687명), 학생(4.7%, 4952명) 순이었다. 지난해보다 무직·일용직(+795명, 6.6%), 학생(+235명, 6.3%), 보험업 종사자(+112명, 5.1%) 적발 인원이 증가했고, 나머지 직업군은 감소했다.
금감원은 “최근 진화하는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한 예방활동을 병행하겠다”며 “금전적 이익제공이나 무료 진료 등의 제안을 받을 경우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액주주 주총 참석 저조로 ‘집중투표제’ 잇단 부결
상장사들이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석률 저조로 ‘집중투표제’ 도입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SKC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다.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임에도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문화와 주총이 몰리며 참석하기 어려운 현실이 맞물린 ‘K-주총’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31일 세계일보가 주요 대기업 상장사들의 정기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기업 14곳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이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지만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밖에 △SKC △SK증권 △HJ중공업 △하이트진로 △CJ CGV △SK바이오사이언스 △OCI △HS효성첨단소재 △KG스틸 △흥국화재 △제주항공 등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실패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 이사 선임 과정에서 1주당 선임할 이사 숫자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표를 배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8월 2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9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
한화솔루션이 지난 24일 주총에 올린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안은 찬성률 21%로 부결됐다. 집중투표제 배제 또는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 찬성 및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3분의2 찬성)에 3%룰(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함)를 적용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최대주주인 ㈜한화(지분율 36%)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해당 안건 찬성률은 21.4%를 기록하며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단순 계산하면 최대주주 외에 나머지 주주들의 찬성률이 18.4%에 불과했던 것이다. SK그룹 계열사 SKC도 정족수 미달로 정관변경 안건이 부결됐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의결권 위임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주총 참석률은 80%대에 불과했다”며 “그만큼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문화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주총이 3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며 “소액주주들이 주총 안건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특히 외국인 주주들은 통역 등의 문제도 있어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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