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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안 뚫려도 종전” 발 빼는 트럼프… 이·중동국과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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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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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통행료 승인 속 美 행보는

‘이란 해군·미사일 약화’ 전략 선회
협상 실패 땐 동맹국에 공 돌릴 듯
트럼프 “해협 가서 석유 가져가라”
영국 등 참전 거부국가 압박 나서

네타냐후 “이란 핵무기 저지” 강경
사우디 등도 美에 전쟁 지속 촉구
이란 “장기적 관점 소모전 상정”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협 개방 없이 전쟁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기 전 빠져나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는 이스라엘과는 시각차가 있고, 중동 국가들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패권 경쟁에서 이란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된 상태로 남아있더라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종료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군사행동에 나서게 되면 당초 공언했던 4∼6주라는 기한을 넘겨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 개방 대신 이란 해군과 미사일 보유량을 약화시켜 적대행위를 완화하고, 외교적 해법을 통해 이란에 원유 등 무역 흐름을 재개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고 WSJ는 전했다.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한 뒤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날 미국은 이란 이스파한 대형 탄약고에 2000파운드(약 907㎏) 규모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이곳은 이란의 핵심 군사 물자 저장 거점이자 고농축 우라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폭탄이 떨어져 화염이 솟아오르는 동영상을 게시했는데, 이스파한 폭격 장면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미 육군 정예 병력인 82공수사단 소속 수천명도 중동에 도착하고 있다. 낙하산을 이용해 분쟁지역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다. 앞서 상륙작전이 가능한 해병·해군 약 2500명도 중동에 도착한 바 있다. 이들 지상군은 이란의 핵심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이나 호르무즈해협 일대의 전략적 요충지로 기능하는 일대 섬에 투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몇일이 결정적 기간”이라며 “이란 합의 안 하면 더 세게 타격하겠다”고 압박했다.

 

군사 압박과 외교 노력이 실패할 경우 유럽과 중동 동맹국이 해협 재개방을 주도하도록 책임을 미룰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항공유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 가령 이란 (지도부) 참수에 참여하길 거부했던 영국 같은 나라들에 제안을 하나 하겠다”며 “미국에서 (석유를) 사 가라. 그렇지 않으면 호르무즈해협으로 (직접) 가서 석유를 가져가라”라고 적기도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백악관도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걸프전 당시 아랍국이 전쟁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데 꽤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 수출 당사국인 중동 국가들에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외교·군사적 책임을 넘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스라엘은 미국과는 분명한 입장차를 보여,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이란 핵무기 제거라는 임무의 성공 측면에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면서도 종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중동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이날 AP통신은 미국, 이스라엘 등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바레인이 비공개 회담을 열고 이란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까지 미국의 군사작전이 종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역시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의 전력을 소진하기 위해장기적인 관점의 소모전을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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