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아·청소년에게 처방되는 항생제 3건 중 1건은 부적절하게 처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술 전후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쓰는 항생제는 10건 중 7건 이상 오남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은 내성균의 발생과 증식을 촉진해 약효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관리와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질병관리청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국내 소아·청소년 항생제 사용 적정성 및 관리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 적절성을 평가한 결과, 전체 처방의 31.7%가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수술적 예방 항생제였다. 수술 전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되는 항생제는 약 75.7%가 적절하게 쓰이지 않고 있었다. 감기나 급성 기관지염같이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질환에서 처방이 이뤄지거나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한 항생제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적정 투여 기간을 지키지 않고 장기간 투약하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항생제 종류별로 살펴보면 2세대 세팔로스포린 계역의 부적절 처방률이 가장 높았다. 정맥 주사의 경우 65.8%가, 경구약의 경우 79.5%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내 관리 체계도 부실한 실정이다. 항생제를 꼭 필요한 때만 알맞게 쓰도록 돕는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은 국내 의료기관의 84.5%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64.8%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성인 중심으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소아·청소년의 생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처방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 인력 부족 역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조사 대상 기관의 65.9%는 소아·청소년 감염 전문의가 단 1명뿐이었으며 전담 약사가 배치된 곳은 4.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한 명의 전문의가 병원 내 모든 소아 항생제 처방을 검토하고 중재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 전용 처방 지침이 없거나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현장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자율적인 노력만으로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아청소년과 감염분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식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61.4%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추진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항생제 관리 활동에 대한 별도의 수가 제정과 인센티브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항생제 관리의 제도화와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소아 맞춤형 임상 지침을 개발하고 수술적 예방 항생제 관리 대상을 소아까지 확대하는 등 국가 차원의 감시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한 1차 의료기관과 대형 병원 간의 특성을 반영한 차등화된 관리 모델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안전한 투약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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