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제조업체…“소비자 전가도 어려워”
“후보 알려야 하는데”…군소 정당도 부담
“중동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중략) …전 품목 가격의 15% 이상 인상을 양해 바랍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중략) … 2026년 4월1일부터 단가표 기준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합니다.”
“유가와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핵심 원자재 가격 급격 상승 … (중략) … 4월1일 가격 인상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30일 오후 1시쯤 각종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골목에서 현수막을 제작하는 A업체.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인쇄 결과물을 뽑아내는 가운데, 업체 관계자 책상에서 현수막 원단 제조사들이 최근 보내온 공문 여러 장이 눈에 띄었다.
중동 사태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현수막 원재료값이 올랐으니, 일선 제작 업체의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원단 가격 인상은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며, 향후 정세가 악화될 경우 추가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예고도 덧붙여졌다.
A업체 관계자는 “한창 현수막 인쇄로 바빠질 시기인데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 난처하다”며 “그렇다고 인상폭을 소비자에게 무작정 전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수막 가격은 5m·세로 90㎝ 기준 6만~7만원이던 현수막 원단 단가가 최대 9만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 장당 인상 가격을 고려하면, 여러 장을 인쇄할수록 그만큼 금전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민은 단순한 경영난을 넘어 곧 닥쳐올 ‘선거 대목’ 걱정으로 이어졌다. 예전이라면 대량 주문이 쏟아질 선거철이 반가워야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서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구의원, 시의원, 시장 등 후보군이 워낙 다양한 데다 군소 정당은 후보 개인이 (현수막) 주문을 넣는 경우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후보 이름 알리는 데는 현수막만한 장치가 없는 이유에서 선거철은 이들 업계의 최고 대목으로도 손꼽히는데, 현수막 원단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운 정당이나 후보 개인 차원의 주문이 감소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그는 더했다.
같은 맥락으로 원단 가격 상승에 만들수록 부담만 커져 현수막 제작 의뢰를 거절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취지로 이 관계자는 답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은 보통 휘발유나 경유 등 주유소 가격표를 통해 체감된다.
하지만 이 파고가 현수막 제조 업계나 선거판에 첫발을 내딛는 정치 신인, 국회 의석이 없는 군소 정당의 홍보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현수막은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를 기반으로 만든 폴리에스테르와 폴리프로필렌이 주원료이며, 인쇄에 쓰이는 잉크도 석유화학 성분을 포함해 유가 등락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선거철을 앞둔 상황에서 국제 유가의 불안정은 단순히 물가 문제를 넘어, 지역 유권자에게 가장 친숙하게 다가가는 홍보 수단인 현수막의 생산 자체를 위협하는 물리적 장벽이 된다.
실제로 원내 진출 의원이 없어 국고보조금도 받지 못하는 군소 정당의 시름은 깊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같은 거대 정당에 비해 미디어 노출 기회가 적은 이들에게 선거철 현수막은 사실상 유일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홍보 무기로 받아들여진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대안도 있지만, 그 효과가 미치는 연령층은 한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현수막은 여전히 정당 후보의 얼굴이자 가장 신뢰할 만한 명함 역할을 수행해서다.
본격적인 ‘현수막 정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원내 의석이 없는 정당들은 자당 후보를 알리기도 벅찬 상황에서 현수막 원단 가격 상승 소식을 접하니 분위기가 더욱 무겁다.
한 원외 B정당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지금은 후보와 전략을 확정하는 단계라 현수막 가격 상승을 피부로 느끼는 시점은 아니다”라면서도 “후보를 알릴 때는 현수막을 제작해야 해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우리처럼 작은 정당은 언론 취재가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자체 홍보 채널도 부족하다”며 “후보가 직접 발로 뛰는 것 외에는 현수막이 시민에게 다가갈 최고의 통로인데, 제작 비용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도 강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은 선거에서 일정 비율 이상 득표 시 선거 비용을 돌려받는 보조금 혜택조차 기대하기 힘들어 오로지 당원과 시민들의 후원금에만 의존한다.
관계자는 이런 점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도 힘들지만 원단 업체로부터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현수막 제작 업체들의 사정도 참 어려울 것 같다”고 씁쓸한 위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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