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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美 군사행동 제어할 존재는 남한… 北이 대화 나서야 할 이유”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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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강구열 외교안보부장, 정리=조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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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戰의 핵심 변수는 이스라엘
南 동의 없이 北에 군사행동 불가능
北, 南이 얼마나 중요한가 인식해야
南 역할은 평화 여건 만드는 ‘지렛대’
尹정부 때 대북 압박 유감 표명 필요

北,약한 모습 보이면 당한다고 생각
핵무장 집착·내부 단속 더 강화할 것
안전·발전권 담보 땐 美와 대화 전망
트럼프·김정은 간 ‘케미’ 중요한 변수
대북 정책, 국민들 평화 지지가 핵심
“북한은 남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로비해 이란을 치게 한 것처럼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 전쟁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력하게 반대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남한의 동의없이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통일연구원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대북정책 및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문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이 북한에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남정탁 기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통일연구원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대북정책 및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문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이 북한에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남정탁 기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꼽은 미국·이란 전쟁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개시에 이스라엘이 핵심 변수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한이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촉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존재란 점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가 영변 핵시설을 타격하려 한 미국을 막은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고, 인권을 고리로 지나치게 북한을 압박했던 점 등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우리 내부의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남북한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북한에 심어줘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여건을 만드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 교수는 남북한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에 대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원로학자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통일연구원의 문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북한은 미국과 대화에 나설까.

“북한은 국가와 체제 유지를 의미하는 안전권, 인민들을 잘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발전권 두 가지를 원한다. 이게 담보된다면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 지위와 핵무력 강화 정책을 헌법에 명시했다. 절대 비핵화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과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가’는 미국의 결단에 달렸다.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걸 미국과 한국, 유관 국가들이 해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의지는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미국과 가까운 우방국의 정상을 제외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지도자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세 번 만났고 27차례의 친서를 보냈다. 그만큼 가깝다는 거다. 북한이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자제된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갖는 기대감과 친밀감이 있다는 얘기다. 두 정상 간 ‘케미’가 있다는 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5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북·미대화로 이어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지구에서의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이란 전쟁까지 벌어져 있다. 중국과는 무역 등 경제 현안과 대만 문제가 있으니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밀릴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관심에다 이를 뒷받침해 줄 전문 인력들이 백악관과 국무부에 포진해야 하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에 그런 인력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와 추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현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각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나.

“북·중 관계가 최근 분명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4대 남북·국제 협력사업 구상을 설명하며 협력·중재를 요청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 주석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했다는데 한반도 상황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북한과의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적 여건도 조성되지 않았다. 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인정한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순 없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을) ‘인지‘하면서 유연하게 협상해 나가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 점은 트럼프 대통령, 이 대통령이 비슷하다. 그러나 미 국무부나 일본 정부, 한국 외교부 등은 여전히 ‘비핵화’를 전면에 두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우리 정부의 역할은.

“김민석 총리가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북·미 대화를 진전시킬 조언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보좌진에게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일단은 미국에서 진행할 일이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까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 2018년 6월 10일 싱가포르 선언은 북·미 간의 합의였지만 상당 부분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재명정부도 미국과 긴밀히 사전에 협의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 구상에 따라 핵을 동결,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북한에 뭘 해줄 수 있는지, 핵 동결과 감축의 범위는 어디까진지, 검증은 어떻게 할 건지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다행히 미·중 정상회담이 5월 중순으로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 이번에 북·미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11월 초 중국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가 열리니 그것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된 대북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진보든 보수든 분단 상황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어서다. 결국 핵심은 유권자다.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남북 화해·협력을 지지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대북 화해·협력을 중시하는 정권이 최소 10년 이상 지속돼 남북관계에 지속가능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내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거다.”

인터뷰는 국제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이 전쟁이 북한에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 교수의 견해가 궁금했다. 핵무기 개발 등을 두고 미국과 극단적으로 대립했고, 독재자가 나라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북한과 이란은 굉장히 닮았다. 미국은 군사행동을 개시한 직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며 압도적 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에겐 자기네 입장에서 찬찬히 지켜보고, 따져봐야 할 중대사일 수밖에 없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핵무장에 더욱 집착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집안 단속’을 더 단단히 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란 점이다. 미국이 이란을 친 것은 지난해 말, 올해 초에 있었던 이란 내 대규모 소요사태를 보며 외부 충격이 있으면 이란 정권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내부 분열이 강대국의 정치·군사적 개입에 빌미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내부 단속을 더욱 단단히 할 것이다. 셋째는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다 말고 군사행동에 돌입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히 커졌을 것이다. 고립된 상태에서 싸우는 이란을 보며 중국, 러시아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게 네 번째다.”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 문정인 교수 /2026.03.27 남정탁 기자

―남북관계와 관련된 시사점은.

“미국이 이란을 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이스라엘의 로비였다. (주요 외신에 보도된 것처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그렇게 설득했다는 거잖아. 이스라엘이라는 변수가 컸다. 이 점에서 북한은 남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남한이 이스라엘처럼 미국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하면 판이 깨진다. 반대로 강력하게 반대하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1951년 제주 출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메릴랜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문재인정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세종연구소 이사장 ●연세대 명예특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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