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일어난 나프타 대란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미리 사두려는 수요(사재기)가 늘면서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종량제봉투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포장 용기 제조업체들은 단가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농자재 비용도 오르면서 농산물 물가에 악영향이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 종량제봉투 판매 폭증에 마트·편의점 일부 구매 제한
종량제 봉투 품절 우려에 '사재기' 양상이 벌어지면서 일부 대형마트는 한시적인 구매 제한을 시행 중이다.
지난 22∼29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23∼28일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140% 늘었다.
이외에 음식물쓰레기 봉투 판매량도 131% 늘었고, 지퍼백(81%)·비닐백(93%) 등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대형마트들은 점포 상황에 따라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등 품절 방지를 위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 27일 기준 이마트[139480] 80여개, 롯데마트 10여개 점포에서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지자체별 종량제 봉투 제조사가 달라 재고와 수급 현황에 차이가 있어 점포별 구매 제한 수량은 상이하다.
홈플러스도 각 점포가 수급 상황에 따라 1인당 1묶음으로 구매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난 24일 각 점포에 전달했다.
가맹점 형태인 편의점의 경우 종량제 봉투를 점주들이 개별적으로 지자체에 주문하기 때문에 점포별 보유 재고 물량에 차이가 있다.
품절 우려에 '오픈런'(개점시간 구매)이 이어지면서 GS25의 경우 지난 22∼26일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전주 대비 325% 폭증하고 음식물 처리 봉투 판매량은 278% 늘었으나 현재까지 본사 차원의 구매 제한 방침은 없다.
그러나 일부 점포의 발주가 중단되거나 구매 제한이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많이 가져다 놓고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어서 동이 나는 측면도 있다"며 "전체적인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 포장재 업체 가격 인상 잇따라…30% 오르기도
재룟값 인상과 원료 수급 차질에 따라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포장재를 파는 업체 상당수는 이미 제품 가격을 올렸다.
한 포장용기 제조업체는 최근 공지에서 이달 말 1차로 가격을 8∼15% 올릴 예정이며 일부 제품 인상률은 30%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포장 용기 가격 인상과 함께 고객당 주문 수를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
수입단가 인상에 원료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플라스틱업계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플라스틱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이 70% 정도인데 다음 달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약 2만개, 종사자 수는 24만명이다. 이들 업체의 90%가 20인 이하 영세 사업자다.
◇ 커피 컵·포장 용기 수급 불안…소상공인 피해도
외식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음식 포장에 쓰이는 일회용 용기와 비닐 등이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에 의존하는 만큼 원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그룹은 최근 가맹점주들과의 회의에서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비닐 쇼핑백과 알루미늄 용기, 물류비 등 전반적인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설명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유 물량으로 당장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납품 단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며 "원가 상승분을 본사가 일부 흡수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가맹점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일회용 컵 생산업체에서 가격 인상과 함께 생산량 감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장재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봉지를 주문하려니 품절이다. 포장 용기도 박스당 1만원씩은 올랐다", "포장 용기가 40%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시적으로라도 고객들에게 포장 값 500원을 받아야 하나 싶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일부 자영업자는 "사재기 때문에 더 난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밭작물 비닐 가격 올라…비료·사료 가격 상승 우려
농업 분야도 근심이 크다. 면세유, 비료를 포함한 필수 농자재 가격 상승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는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료용 요소 중동 의존도는 43.7%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38.4%다.
중동 전쟁으로 비료용 요소 국제 시세는 급등했다. 대체 수입선인 동남아산 요소 가격은 t(톤)당 750달러로 전쟁 이전의 1.5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국이 현재 보유한 주요 요소 완제품 재고는 다음 달까지 사용할 수 있고, 확보한 원자재로는 2개월간 생산할 수 있어 6월까지는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전망했다.
다만 국제 요소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현장에서 가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비료와 함께 사료 가격도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농식품부는 오는 7월까지 사용할 사료 610만t이 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이 이어지면 가격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농식품부는 사료 구매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나프타 수급난에 농업용 필름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밭에 씌우는 멀칭 비닐 가격이 오르면서 영농철을 맞아 농가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농업용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농기계와 시설작물 난방 비용 부담도 마찬가지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농업용 기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농업경영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중동전쟁 대응 추가경정예산에 지원책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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