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한국 설상, 믿기 힘든 ‘대형사고’ 터졌다…진통제로 겨우 버틴 최가온, 스노보드 ‘천하통일’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수정 :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가온, 스노보드 월드컵 파크·파이프 시즌 종합 우승
단 한 시즌 만에 올림픽·월드컵 싹쓸이…100년 설상사(史) 갈아치운 엣지
2년 전 척추 압박골절·골반뼈 이식 수술… 죽음의 문턱서 돌아온 ‘스노보드 퀸’
“포기 안 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 눈물 젖은 우승 소감

대한민국 설상 스포츠의 역사는 이제 ‘최가온(18·세화여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최가온이 이번엔 시즌 전체를 지배한 ‘세계 1위’의 증표인 ‘크리스털 글로브’를 품에 안았다. 단 한 시즌 만에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컵 종합 우승을 휩쓰는 ‘시즌 통합 챔피언’의 위업을 달성,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스노보더로 공인받았다.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최가온(세화여고)이 지난달 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리비뇨=뉴스1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최가온(세화여고)이 지난달 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리비뇨=뉴스1

국제스키연맹(FIS)은 29일(한국시간) 최가온의 ‘2025~2026 시즌 파크 앤드 파이프 부문 종합 우승’을 최종 확정했다. 스위스 실바플라나 월드컵 경기가 강풍으로 취소됨에 따른 결과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보드를 잘 타는 소녀. 18세 최가온이 전 세계를 향해 쏘아 올린 무언의 대답이었다.

 

최가온의 이번 시즌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지난해 12월 중국 시크릿가든에서 시작된 승전보는 미국 코퍼마운틴을 거쳐 올해 1월 스위스 락스 대회까지 월드컵 하프파이프 3연속 우승이라는 압도적 행진으로 이어졌다. 중력을 거스르는 고난도 공중회전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착지는 전 세계 스노보드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점은 이번 밀라노 동계올림픽이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가온은 꿈을 놓지 않았다. 허리를 지탱하는 보호대와 진통제에 의지한 채, 중력을 거스르는 세 바퀴 반의 회전(1260도)을 성공시켰던 그 날의 ‘부상 투혼’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줬고, 끝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세웠다. 올림픽 이후 회복을 위해 월드컵 잔여 일정을 포기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전반기에 쌓아 올린 300점의 압도적 포인트는 그 누구의 추격도 허용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성벽이 됐다.

 

한국 스노보드가 걸어온 고난의 길을 생각하면 이번 성과는 더욱 값지다. 2018 평창 대회 당시 ‘배추 보이’ 이상호(넥센)가 닦아놓은 설원의 길 위에서, 최가온은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파크 앤드 파이프’라는 더 넓은 영토를 개척해냈다. 여기에 유승은(성복고)의 빅에어 선전까지 더해지며, 한국 동계 스포츠의 중심축이 빙상에서 설상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지형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세화여고)이 지난달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밀라노=뉴시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세화여고)이 지난달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밀라노=뉴시스

최가온은 우승 확정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간 함구해왔던 참혹했던 부상과 재활의 시간을 담담히 고백했다.

 

최가온은 “다시 기쁜 소식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며 “하프파이프 크리스털 글로브와 스노보드 오버롤(종합) 크리스털 글로브를 추가했다”고 승전보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시즌은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불과 2년 전, 15살의 나이에 스노보드 인생을 끝낼 수도 있었던 큰 부상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가슴 아픈 과거를 소환했다.

 

당시 스위스 현지에서 척추 압박골절로 긴급 유합수술을 받았던 최가온은 본인을 포함한 주변 모두가 다시는 보드를 타지 못할 것이라 체념했던 절망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술 열흘 후 세균 감염으로 인한 2차 수술, 척추뼈에 골반뼈를 이식하는 3차 긴급 수술까지 이어지는 사투를 벌여야 했다.

 

최가온은 “한 달간의 입원과 집중적인 항생제 치료를 거치며 두려움, 우울함과 싸워야 했다”면서 다시 보드 위에 서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지옥 같은 재활 과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때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부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거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많은 분의 요청에 힘을 내 글을 남긴다”고 전해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척추에 박힌 차가운 금속판보다 뜨거웠던 18세 소녀의 집념. 그가 설판 위에 새긴 날카로운 엣지의 궤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황금빛 이정표가 됐다.


오피니언

포토

서현 '화사한 꽃 미모'
  • 서현 '화사한 꽃 미모'
  • [포토] 박하선 '벚꽃 미모'
  • 아이브 장원영 '여신 미모'
  • 블랙핑크 제니, 해변부터 침대까지…관능적 비키니 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