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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인 줄 알았죠?” 55세 미혼 김희정, 20년째 ‘자식’ 키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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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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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빠라고 불러라” 형제의 빈자리 채우려 청춘 바꾼 20년…스스로 조카의 뿌리가 된 스타 6인의 결단

배우 김희정을 수식하는 단어는 언제나 ‘국민 엄마’ 혹은 ‘인자한 어머니’였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며 자식의 성공에 울고 웃는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대중은 당연하게도 그녀가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55세인 김희정의 실제 삶은 20년째 ‘싱글’이다. 결혼조차 하지 않은 그녀가 어떻게 그토록 깊은 모성애를 연기할 수 있었을까. 그 질문의 답은 그녀의 집 거실, 그리고 20년 전 세상을 떠난 오빠의 자식들에게 있다.

죽은 형제의 빈자리 채우려 ‘자발적 부모’가 된 배우 김희정(왼쪽부터), 가수 육중완, 개그우먼 김민경.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선 가장의 책임이 빚어낸 삶의 궤적이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MBC ‘라디오스타’·뉴스1
죽은 형제의 빈자리 채우려 ‘자발적 부모’가 된 배우 김희정(왼쪽부터), 가수 육중완, 개그우먼 김민경.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선 가장의 책임이 빚어낸 삶의 궤적이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MBC ‘라디오스타’·뉴스1

 

김희정은 20년 전 친오빠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남겨진 것은 10살 남짓한 조카들이었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배우 김희정은 자신의 화려한 청춘이나 결혼 계획 대신 ‘울타리’가 되기로 결심했다. 조카들을 제 자식처럼 품에 안은 것이다. 조카와 함께 외출할 때마다 주변에서는 “애 엄마냐”는 오해가 쏟아졌지만 그녀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카들의 엄마이자 친구, 그리고 가장으로서 20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냈다.

 

그녀의 매일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밤샘 촬영 후 돌아와 거실에서 자신의 대본 연습을 돕는 어린 조카들과 눈을 맞추며 함께 끼니를 챙기는 삶. 배우의 생업과 보호자의 일상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린 채 흐른 20년이었다. 조카들이 장성해 사회의 일원이 될 때까지 그녀는 자신의 삶을 기꺼이 조카들의 배경으로 내어주었다. 최근 그녀는 조카의 결혼 소식을 알리며 “이제야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20년 수발의 끝은 단순한 보답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을 온전히 세워냈다는 실질적 가장의 성취였다.

배우 김희정이 최근 방송에서 20년 전 세상을 떠난 오빠를 대신해 조카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했던 가족사를 덤덤하게 전하고 있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배우 김희정이 최근 방송에서 20년 전 세상을 떠난 오빠를 대신해 조카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했던 가족사를 덤덤하게 전하고 있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이러한 ‘자발적 부모’의 길을 걷는 것은 김희정뿐만이 아니다. 가수 육중완 역시 형제의 비보 이후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인물이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은 뒤 남겨진 조카들의 ‘아빠’를 자처했다. 삼촌이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대신, 직접 조카들에게 “나를 아빠라고 불러라”고 말하며 그들의 뿌리가 되어주었다. 본인의 가정을 꾸린 후에도 육중완의 시선은 늘 조카들에게 향해 있다.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조카들을 챙기는 그의 모습은 연예인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가장의 책임감 그 자체다.

조카들의 ‘진짜 아빠’를 자처하며 인생의 행보를 바꾼 가수 육중완.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진중한 모습에서 가장의 무게가 느껴진다. MBC ‘라디오스타’
조카들의 ‘진짜 아빠’를 자처하며 인생의 행보를 바꾼 가수 육중완.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진중한 모습에서 가장의 무게가 느껴진다. MBC ‘라디오스타’

 

개그우먼 김민경의 서사 역시 묵직하다. 2019년 갑작스러운 남동생의 비보를 접한 그녀는 슬픔에 잠길 틈도 없이 조카들의 버팀목이 되었다. ‘민경장군’이라는 별명처럼 방송에서는 늘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카메라 뒤에서의 그녀는 조카들의 학업과 생활을 세심하게 살피는 현실적인 보호자다. 동생이 못다 한 사랑을 채워주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휴식 시간을 쪼개 조카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중이다.

남동생의 비보 이후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조카들의 버팀목을 자처한 개그우먼 김민경. 그녀는 본업인 웃음을 지키는 원동력을 가족에게서 찾고 있다. 뉴스1
남동생의 비보 이후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조카들의 버팀목을 자처한 개그우먼 김민경. 그녀는 본업인 웃음을 지키는 원동력을 가족에게서 찾고 있다. 뉴스1

 

여기에 파격적인 결단으로 가족의 형태를 바꾼 사례들도 존재한다. 방송인 홍석천은 누나의 자녀들을 자신의 법적 자녀로 입양했다. 단순히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카들의 성(姓)까지 자신의 성으로 바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조카들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편견의 벽을 자신이 직접 맞서 막아주겠다는 선언이었다.

 

방송인 이영자 또한 형부의 사별 이후 조카들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책임지며 실질적인 가장으로 살았다. 회당 수억원의 광고 모델료를 받는 톱스타지만, 조카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신의 인생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삶은 가족의 울타리를 자처한 시간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가수 자두 역시 남동생의 비보 이후 세 명의 조카를 품어내며 매일 아침 조카들의 등교를 챙기는 평범하지만 담담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조카를 입양해 성씨까지 바꾼 홍석천, 조카들의 등록금을 전담한 이영자, 세 조카를 품은 자두. 이들은 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 모델의 실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두SNS
조카를 입양해 성씨까지 바꾼 홍석천, 조카들의 등록금을 전담한 이영자, 세 조카를 품은 자두. 이들은 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 모델의 실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두SNS

 

이들 6인의 행보는 단순한 연예계 미담으로 치부될 수 없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혈연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시대에, 이들은 ‘책임감’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완성시키는지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나 개인의 행복을 앞세우는 대신, 떠난 형제에 대한 예우와 남겨진 조카들에 대한 사랑을 택했다.

 

희생이라는 단어로는 이들의 삶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이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지기로 한 숭고한 결심이자 성실함으로 쌓아 올린 삶의 결과물이다. 대중은 이들의 화려한 무대 위 모습보다 조카의 알림장을 확인하고 학비를 걱정하는 그 지극히 일상적인 뒷모습에서 더 깊은 울림을 받는다.

 

혈연을 넘어선 이들의 위대한 선택은 우리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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