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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치된 ‘지방소멸의 그늘’… 시·도별 예산은 최대 100배 격차 [심층기획-2026 빈집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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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무안=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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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소리만 요란한 빈집 대책

악취·안전사고 위험·우범지대 전락
공동체 붕괴로 다시 지방소멸 가속
빈집 예산 전남 121억·세종 1.2억
철거 후 주차장·텃밭·한시적 SOC…
임대주택·공유숙박 운영 차별화도

주무 부처 도시·농어촌으로 구분
법령 이원화로 정책 수행에 혼선
소유주 동의도 철거·정비 ‘발목’
국비 지원비 줄어 지자체 부담↑
“도·농 연계 ‘빈집 정비 특별법’ 필요”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악취, 무성한 잡초, 야생동물·해충 서식, 노후화에 따른 붕괴·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 비행 청소년이나 노숙인 점거 등 우범지대화….

 

지방자치단체들이 입 모아 말하는 ‘빈집’의 문제점들이다. 민원 처리, 환경 정비 등에 드는 행정력 낭비도 상당하다. 빈집은 지역 슬럼화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민 간 갈등, 공동체 와해까지 야기한다. 지방 소멸로 발생하는 빈집이 다시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정부의 지원, 현행법이 이미 발생한 빈집 정비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광역자치단체별로 빈집 관련 사업 예산은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들은 빈집 소유자 동의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국비 지원 확대와 함께 권리관계가 불분명한 빈집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빈집은 지역 슬럼화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민 간 갈등, 공동체 와해까지 야기한다. 해당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빈집은 지역 슬럼화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민 간 갈등, 공동체 와해까지 야기한다. 해당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예산 최대 100배 차이…사업은 비슷

 

15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17개 시도의 올해 빈집 관련 사업 계획과 예산, 2023∼2025년 사업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빈집 관련 예산은 국비 273억5490만원, 지방비 567억5648만원 등 841억1138만원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 사업비 등 예산 차이가 현격했다. 관내 빈집 수에 따른 사업 규모, 국비 지원 여부에 따라 달랐다.

 

전남도가 121억400만원에 달하는 반면, 세종시는 100분의 1 수준인 1억2000만원에 그쳤다. 2024년 정부의 빈집 행정조사에서 전남이 2만6호로 가장 많았다. 세종은 688호로 제주도(426호) 다음으로 적었다.

 

전남도는 국비 지원을 받아 107억400만원을 들여 빈집 500호를 직접 철거하고 400호 철거를 지원한다. 귀농·귀촌인을 위한 자체 사업인 전남형 만원 세컨하우스는 ‘새뜰하우스’로 이름을 바꿔 14억원을 투입한다. 세종시는 시비로만 농촌 빈집 40호 철거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도에 이어 경북도(103억1150만원), 충남도(102억900만원), 부산시(92억8500만원), 전북도(75억5200만원), 경남도(61억7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빈집이 사라진 자리엔 주차장이나 쉼터, 텃밭 등 ‘생활 SOC(사회간접자본)’가 한시적으로 조성된다. 대전시의 ‘대전형 빈집 정비 사업’은 항구적인 기반 시설을 만드는 점이 다르다. 시가 빈집을 매입하면 자치구가 시 지원을 받아 철거하고 시설을 설치해 유지·관리한다. 2023∼2027년 5개년 사업으로, 올해 시비 16억원과 구비 4억원을 투입해 빈집 8호 이내를 정비하는 게 목표다.

 

다만 생활 SOC의 경우 활용도가 떨어져 또다시 방치되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소유한 휘경동 빈집 철거 부지에 2021년 텃밭을 만들었는데, 1년 넘게 쓰이지 않아 인근 주민 의견 수렴과 SH 동의를 거쳐 생활 정원으로 다시 조성 중이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빈집 소유자 자진 정비’에 방점을 두고 빈집 활용만 지원한다. 시 자체적으로는 시비 3억5200만원만 빈집 활용 지원 사업에 쓴다. SH가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임대주택 공급 등 빈집 활용 사업도 벌인다.

 

SH는 신속한 공급을 위해 올해 빈집 부지인 22개 필지를 대상으로 매입 임대를 새롭게 추진한다. 민간과 매입 약정을 맺고 공사가 소유한 토지에 신축되는 건물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공고를 거쳐 내년 매입 약정을 체결하고 2028년 준공해 입주자를 모집하는 게 목표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은 지자체 빈집 활용 사업의 한 축을 이룬다. 전남도 새뜰하우스와 부산시 ‘햇살둥지 사업’, 전북도 ‘희망하우스 빈집 재생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국립한국해양대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모습. 원래 빈집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시의 ‘빈집 매입·생활 SOC 조성 사업’을 통해 유학생 기숙사로 탈바꿈했다. 부산=연합뉴스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국립한국해양대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모습. 원래 빈집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시의 ‘빈집 매입·생활 SOC 조성 사업’을 통해 유학생 기숙사로 탈바꿈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 햇살둥지는 사회적 약자, 신혼부부, 학생 등에게 3년이나 5년간 시세 반값, 또는 3년간 무상으로 임대하는 조건으로 빈집 소유자에게 최대 2900만원의 리모델링비를 지원한다. 시가 2012년부터 해 오고 있는 사업이다. 전북 희망하우스는 주거 취약 계층, 예술가 등에게 4년간 무상 임대 시 최대 3000만원의 리모델링비가 지원된다.

 

임대 기간은 전남 새뜰하우스가 최장 6년으로 가장 길다. 지원금도 가장 많이 준다. 빈집 소유자가 시군에 4∼6년간 임대 시 각 6000만원, 7000만원, 8000만원의 리모델링비를 지원받는다. 월 임대료는 1인 가구 10만원, 2인 가구 5만원, 3인 가구 이상 1만원으로, 세입자가 시나 군에 내는 구조다.

 

제주도엔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유학 주택’이 들어선다. 도는 올해 2억5000만원으로 읍면 지역 빈집 5호를 리모델링한다. 또 2억5000만원을 들여 도시 빈집 5호를 리모델링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선 빈집 사업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올해 사업 계획에 ‘빈집을 지역 자산으로’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다양한 생활 SOC 확충을 추진한다.

 

부산은 올 하반기 빈집 20호를 관광객을 위한 ‘공유 숙박 시설’로 새 단장할 예정이다. 관광 수요가 많은 광안리, 영도 등 바다를 면한 지역의 빈집을 우선 선정해 리모델링에 3000만원씩 지원한다. 정부에서 공유 숙박 실증 특례를 받은 민간 전문 업체, 부산관광공사와 협업해 시설 조성부터 운영, 관광 상품 개발·연계까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 시설은 내년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은 지난해엔 시비 20억원과 구비 8억5700만원을 들여 빈집 10호를 매입한 뒤 철거 또는 리모델링해 영도구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동구 화가 이중섭 부부 단칸방 재현 시설 및 테마 공원, 사하구 공중화장실 등을 만들었다.

 

경남은 지방소멸대응기금 6억9000만원으로 ‘그린 홈 어게인 사업’에 나선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 도시민 유입을 위해 인구감소지역인 산청·하동군의 빈집 7호를 리모델링하고 하동군에 마을 공동 창고를 만든다.

 

부산도 지방소멸대응기금 2억원으로 ‘빈집 플러스 드림 사업’을 추진한다. 빈집 3∼4호를 리모델링해 문화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제공한다.

◆‘한 지붕 두 가족’ 빈집 사업…지자체들 애로

 

이처럼 지자체 빈집 사업이 철거나 한시적 활용 위주인 건 현행 법령과 정부 지원 사업의 한계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빈집 사업에 쓰는 국비 273억5490만원 중 255억원이 철거비다. 국토교통부가 ‘도시 빈집’ 철거 지원 사업에 150억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빈집’ 정비 지원 사업에 105억원을 투입한다. 각각 도시 빈집 철거에 최대 1200만원, 농어촌 빈집 철거엔 800만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2024년 8월∼2025년 8월 1년간 행정안전부 주도로 국토부, 농식품부, 해양수산부가 참여한 범정부 빈집 정비 태스크포스(TF)가 운영돼 빈집 정비를 지원하다가 올해 다시 국토부와 농식품부에 이관됐다.

 

빈집 사업이 지역별로 나눠진 건 관련 법이 이원화돼 있어서다. 도시 빈집은 국토부 소관 소규모주택정비법, 농어촌 빈집은 농식품부 소관 농어촌정비법 적용을 받는다. 두 법 모두 빈집 정비 사업으로 크게 철거, 개량, 활용 정도를 못 박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빈집 법령이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으로 이원화돼 정책 수행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토로했다. 제주연구원도 지난해 제주도의 ‘2030 빈집 정비 계획’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빈집 정비와 관련해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이 서로 다른 법적 근거와 구역 체계로 지정·운영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빈집 정비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빈집 정비 관련 법·제도 통합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빈집 철거 지원은 나대지를 주차장 등으로 ‘공공 활용’하는 데 빈집 소유자가 동의하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 활용 기간을 지자체별 조례로 정하게 했는데, 올해엔 ‘조례 등으로 정하되 조례 등이 없는 경우 최소 1년’으로 설정했다.

 

지자체들은 빈집 철거 이후에도 사후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울산시는 “빈집 정비 개소가 늘어날수록 공공 활용 기간 중 시설 유지·관리, 민원 대응 등 지자체의 관리 부담이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광산구와 동구, 북구도 “주차장 등 공공 이용 시설 운영비 증가로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전남도는 “철거 후 공터 방치 시 다시 쓰레기 투기가 발생한다”고 했다.

 

지자체들 사이에도 빈집 철거 이후 지속적인 활용 방안이 없는 것과 관련한 문제의식은 있다. 부산시는 “철거 후 공공용지로 임시 활용 중이나 중장기적 운영 계획은 부재하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빈집 사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소유자 동의 확보의 어려움을 꼽는다. 부산시는 “빈집 소유자 소재 불명, 압류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시민들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져 빈집 정비 사업 참여가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시는 빈집 정비에 대한 소유자의 관심이 적은 또 다른 이유로 “좁은 골목길 안의 빈집이 많아 인건비, 폐기물 처리비, 건축자재비, 물가 상승분을 고려했을 때 소유자 부담이 가중되는 사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울산시도 “빈집은 상속 미정리, 다수의 소유자 등 소유 및 권리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면서 “재개발·재건축 보상 기대 등으로 소유자가 정비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빈집 소유자가 사망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충북도는 “빈집 소유자가 건축물 상속 없이 사망할 경우, 상속권자인 자녀 전체 동의 하에 철거가 가능해 철거가 지연된다”면서 “소유자 사망 시 건물 상속 등 처리가 반드시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소유관계가 불분명한 빈집 발생을 예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비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에서 “지역 여건, 규모 등에 따라 다르나 빈집 철거비는 호당 3000만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빈집 철거 사업의 국비와 지방비의 매칭 비율은 수도권 도시 빈집은 4대 6, 비수도권 도시 빈집과 농어촌 빈집은 5대 5다. 이에 따라 국비·지방비를 합쳐 수도권 도시 빈집 1호당 3000만원, 비수도권 도시 빈집은 2400만원, 농어촌 빈집은 160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수도권 도시 빈집 정비 사업의 국비·지방비 매칭 비율이 작년 7대 3에서 올해 4대 6으로 변경돼 지자체 정비 부담이 커졌다”며 “전국적인 빈집 문제 대응을 위해 국비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시는 “주차장 포장이나 텃밭 조성 등 철거 뒤 공공 활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예산 대비 공사비가 많이 소요돼 철거 이후 활용을 위한 부지 조성에 쓸 예산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도는 “지자체 재정 악화로 예산을 확대하기 어려운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철거비 증가 등으로 추진 가능한 물량이 감소한다”고 털어놨다.

 

빈집 정비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효과적인 빈집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도시와 농어촌으로 구분된 빈집 관리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빈집 사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빈집 정비 특별법’ 입법을 제언했다. 현재 국토부와 농식품부는 빈집 정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따로따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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