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증거 없어… 수사 동기도 부적절”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연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겨냥한 검찰의 하명(下命) 수사가 시작과 동시에 좌초하는 모양새다. 사법부가 수사의 ‘불순한 동기’를 문제 삼아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사를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수도 워싱턴을 관할하는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62) 판사는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검찰 소환장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스버그 판사는 결정문에서 “검찰은 파월 의장에게 발송한 소환장이 정당하다는 점을 입증할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는 현 행정부에 정책상 이견을 드러낸 파월 의장을 겨냥한 보복이라는 부적절한 수사 동기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보스워그 판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앞서 검찰은 올해 1월 파월 의장에게 소환장을 발송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 청사 개보수에 드는 비용과 관련해 2025년 6월 연방의회에 직접 출석해 증언을 한 적이 있다. 소환장은 ‘위증 의혹이 제기되었으니 소명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검찰을 부추긴 결과나 다름없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연준 청사 개보수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지출됐다’는 취지의 비판을 가했다. 심지어 본인이 직접 파월 의장과 나란히 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을 찾아 공사비가 부풀려진 것 아닌가 점검하기도 했다. 그 직후 검찰은 연준 예산 낭비 의혹에 관한 수사를 개시했다.
파월 의장은 원래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임명됐다. 그런데 2022년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연임해 4년 임기를 추가로 보장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파월 의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백악관에 맞서 연준이 금리 동결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며 미국 야권과 재계는 물론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파월 의장을 임기 만료 이전에 내쫓고 연준을 친(親)트럼프 성향 인사들로 채워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 본인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불호와 무관하게 오직 공익의 관점에서 금리를 결정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15일 끝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힘을 빼기 위해 임기 만료까지 4개월가량 남았는데도 지난 1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공화당원이자 보수 성향인 워시 후보자를 향해 트럼프는 “금리와 관련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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